[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자민당이 헌법개정에 나서기 위한 포진을 정비했다고 17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개헌 문제가 다뤄질 중의원(하원) 헌법심사회의 간부진을 전원 교체한 것이다.
특히 핵심보직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이자 개헌 강경파 인물들을 앉힌 게 특징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야당 측은 자민당의 강경노선 색채가 짙어질 것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16일 당 본부에서 회합을 열고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을 헌법심사회 간사로 내정했다. 야당과의 교섭을 담당하는 여당수석간사에는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전 총무상을 앉혔다. 두 사람 다 아베 총리의 측근이자 개헌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여태까지 간사로서 야당과의 관계가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후나다 하지메(船田元) 전 경제기획청장관과, 여당수석간사로서 여·야당 협조노선을 견지해온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은 교체됐다.
시모무라 본부장은 회합 후 기자회견에서 "얼핏보면 만만치 않은 강경파 멤버들이 간사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다"면서 "추진본부 내에서 야당과 협조해나가면서 진중하게 심사회를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간사 교체의 이유를 밝혔다.
신문은 "시모무라 본부장이 본인과 신도 전 총무상의 취임에 대해 경계심이 퍼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간사 교체에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간사장은 "야당도 포함된 폭넓은 합의로 국회발의를 해야한다는 게 헌법심사회의 컨센서스"라며 "이제까지 쌓아왔던 논의를 중시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야 말로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도 기자회견에서 시모무라 본부장과 신도 전 총무상에 대해 "아베 총리가 오른쪽으로 가자고 하기 전부터 이미 오른쪽을 향하고 있을 사람들"이라며 "야당에게 대단히 도전적인 인사"라고 비판했다.
시모무라 본부장은 오는 24일 소집될 임시국회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자민당의 '개헌 4항목'을 제시할 방침으로, 내년 통상국회에서 논의를 진행시켜 개헌안을 국회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협력 없는 발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강경노선에만 의존할 경우 발의가 된다 하더라도 국민투표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개헌파의 한 베테랑 의원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개헌을) 추진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선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민당 집행부 내에서도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전에 국회발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인식이 대세인 상황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 취재에서 이번 간부 교체에 대해 "개헌을 하겠다는 자세를 드러낸 것 뿐"이라며 "단순히 '포즈'를 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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