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부동산

부동산경매 '무한 투자시장' 변질..개인 대출 막히니 법인 낙찰자 '활개'

기사등록 : 2018-10-20 06:2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서울 아파트 법인낙찰자 비중 30%..한 달 새 3배로 증가
법인명의 낙찰자 증가 이유? "대출규제 덜 까다로워서"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부가 9·13 주택시장안정대책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한 후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법인 낙찰자가 급증하고 있다.

9.13 대책으로 주택 임대사업자들의 대출 한도가 축소되자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매매사업자(법인)들의 낙찰이 증가하고 있는 것. 특히 총체적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실시되면 이같은 법인-개인 낙찰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법원경매에서 진행된 서울 아파트 낙찰건수 총 39건 중 법인 명의로 낙찰된 경우가 12건이었다. 법인 명의로 낙찰된 경우가 전체의 30%인 셈이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16일에는 서울 아파트 낙찰건수 30건 중 3건만 법인 낙찰자였다. 이 때는 전체 낙찰자 가운데 법인 낙찰자 비중이 10%였으나 한 달 새 비중이 30%로 3배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학선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7단지 아파트는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주)애니톡이라는 법인에 낙찰됐다. 이 물건에는 응찰자 5명이 몰렸다. 또한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이 110.01%로 이날 서울 아파트 중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낙찰가는 8억5365만원이었다.

응찰자 수와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해당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서울 구로구 고척동 해피그린 아파트는 낙찰자가 아이제이리얼에스테이유한책임회사였다. 응찰자는 4명이었고 낙찰가는 감정가의 104.24%인 2억9500만원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쌍용 아파트는 지난 15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진행된 경매에서 (주)엠에이티라는 법인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5명이었으며 낙찰가는 감정가의 119.45%인 2억1680만원이었다.

한 업체가 하루에 두 물건을 낙찰받는 경우도 있었다. (주)다원에센지라는 법인은 지난 15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경매로 나온 아파트 가운데 2개를 낙찰받았다. 하나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정릉스카이쌍용 아파트였고 다른 하나는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월곡래미안루나밸리 아파트였다. 두 건 다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높았다.

정릉스카이쌍용 아파트에는 3명의 응찰자가 경합했다. 이 물건의 낙찰가는 감정가의 115.19%인 3억8012만원이었다. 월곡래미안루나밸리 아파트는 응찰자가 단 2명이었다. 하지만 감정가의 104.81%인 6억8123만원에 낙찰돼 낙찰가가 감정가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서울 경매시장에서 법인명의 낙찰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이들이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9.13 대책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집값의 80%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책 이후부터는 임대사업자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주택을 담보로 해서 대출받으려 하면 대출 금액 한도가 담보물 가격의 40%로 줄어든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주요 규제 내용 [자료=국토교통부]

9.13 대책 후 서울 전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이상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 LTV, DTI는 물론 1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매매사업자는 임대사업자보다 대출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 매매사업자는 투기과열지구 내 제1금융권에서 낙찰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원리금 균등상환 여부는 상품마다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자만 우선 납부할 수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를 낙찰받은 한 법인 대표는 "매매사업자법인 명의로 (경매 물건을) 낙찰받으면 가장 유리한 부분이 대출"이라며 "정부에서 필요경비를 인정받을 수 있어서 절세 가능한 범위가 넓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31일부터 총체적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실시되면 개인들이 경매시장에서 발 붙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SR은 개인이 금융회사에 상환해야 하는 연간 대출 원리금과 연소득의 비율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만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DSR은 신용대출과 자동차할부금, 카드론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부채를 합산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은행들이 오는 31일부터 이번 조치를 준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DSR 규제를 실시하면 개인들이 대출을 받을 길이 더 좁아질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가 경매시장에서 주거용 부동산을 낙찰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 것이었지만 경매시장에는 내집마련 수요가 아니라 투자목적이 확실한 법인이 아파트를 낙찰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