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케이뱅크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출을 ‘쿼터제’로 운영하는 등 아직 영업기반을 다지지 못한 케이뱅크는 대출한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규모의 경제를 누릴 만한 기반을 갖춰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서울 광화문 더트윈타워에 위치한 케이뱅크. |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31일부터 현행 100~150% 수준인 은행의 고DSR을 70%로 하향 조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앞서 지난 3월 DSR 시범 도입 이후 고DSR 기준을 각각 100%, 150%로 책정해 운영해왔다. 당국이 고DSR 기준을 70%로 낮춤에 따라 향후 영업에 영향을 받게 됐다. 양사 모두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핵심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DSR은 개인이 금융사에 상환해야 하는 연간 대출 원리금과 연소득의 비율을 뜻한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금 등 가계가 금융권에서 빌린 모든 대출을 합쳐 관리하는 것. 이에 차주의 신규 대출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케이뱅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완화가 지연되며 그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월별로 총한도를 두고 대출을 판매하는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번 달 역시 한도 소진으로 지난 17일 이후 대출을 중단했다.
현재 케이뱅크가 대출할 수 있는 상품은 예·적금 담보대출이 유일하다. 이 또한 이달 31일 정부의 DSR 강화 기준이 본격 시행되면 취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DSR 계산에 예·적금 담보대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영업을 쿼터제로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라 DSR 영향 등은 좀 더 모니터링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DSR 도입 등으로 기존에 나오던 만큼은 한도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가 대주주로 참여하게 돼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고 나면 그간 미뤄뒀던 주담대 상품 등을 출시할 수 있어 영업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DSR 기준 강화에도 여유있는 모습이다. 대출한도가 일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에 이미 안착한 만큼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70만명 대 700만명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정부의 DSR 강화 방침은 가계부채 억제 차원에서 바림직하다고 본다"며 "시중은행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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