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한국 전통미술은 괜히 어려울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대중에게 있다. 이 때문인지 고미술·전통미술 관련 업계에서는 전시 개최조차도 열악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혹은 우리 것보다 해외의 예술이나 문화재를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경향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관람객들의 취향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국립중앙박물관마저 상설전 외에 기획전에서 해외 유물을 전시하는 자리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우리 것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전시 기획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품명품전' 갑옷과 투구 [사진=고미술협회] |
이런 비판은 현장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칠용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장은 지난 8월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으로 평화를 담다’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나전칠기를 정작 국내에서는 전시할 기회가 없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사랑채에서 이 전시가 개최됐는데, 사랑채는 민간단체의 대여가 불가능해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의 협조로 전시 개최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한국고미술협회 강민우 협회장도 “과거에는 ‘우리만의 리그’, ‘그들만의 리그’라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있는 자들, 소장자들이 즐기는 취미 생활에 그친다는 비판이었다”고 증언했다. 강 회장은 최근 한국고미술협회 인사도 변동이 있었고, 과거 협회 내 문제와 갈등이 풀리면서 보다 민주적인 분위기로 나아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에서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으로 평화를 담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18.08.07 leehs@newspim.com |
그러면서 최근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최한 ‘진품명품’을 통해 강 회장은 고미술이 대중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귀띔했다. 고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이 성과로 이어진 거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 1세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마영범, 신경옥 선생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며 “대중이 고미술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이 통했다. 환경을 바꾸니 관람객도 고미술을 이해하려는 모습이 보였고, 매출도 오르고 관람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는 조선의 병풍을 소개하는 ‘조선 병풍의 나라’ 전시가 열리고 있다. 미술관 측은 시장에서 고미술 전시 개최의 희소성을 파악했고, 이를 선보이기 위한 대대적인 준비를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에서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으로 평화를 담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18.08.07 leehs@newspim.com |
고미술 중에서도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병풍’을 회화로 분류해 병풍이 가진 이야기와 역사적 맥락, 심미적인 매력을 내세웠다. 이 전시를 기획한 편지혜 큐레이터는 “병풍은 전통 회화 중에서 가장 큰 작품이라 비교적 다른 작품에 비해 관람객이 교감하기 쉬운 장르”라며 “종류가 다양하고 섬세하고 화려하게 그려진 작품이 많아 대중도 부담스럽지 않게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에서도 고미술과 전통공예 전시 개최에 힘을 불어 넣고 있다. 강 회장 역시 ‘진품명품’전에 종로구의 일부 도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진흥원)은 국내외에서 전통공예 활성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2018 밀라노디자인위크 기간 중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트리엔날레 뮤지엄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 전시가 열렸다. [사진=문체부] |
진흥원 조혜영 사무처장은 “원주 옻칠, 담양 대나무, 제주도 말총 갓 공예 등 지역 공예 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모를 통한 전시도 개최한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후원 사업도 있다. 조 처장은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전시 개최 공모를 연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진행된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으로 평화를 담다’는 기간과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정식적으로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전시로, 국내에서 찾아보기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공예를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조 처장은 “스페인 국립장식미술관에서 공예전이 있었다. 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옻칠을 소개하는 해외 전시도 기획된 바 있으며, 지난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선보인 ‘법고창신’ 역시 한국의 전통 공예의 뿌리를 알리는 프로젝트였다”고 소개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