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 선언을 통해 북한에 미묘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마크 디센이 25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한다면 경고 없이 공격할 수 있는 단·중거리 미사일로 북한을 포위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INF는 미국과 러시아가 맺고 있던 군축 조약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연구원인 디센은 이날 칼럼을 통해 현재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북미 협상에서 진전이 거의 없음을 언급, 트럼프 행정부의 INF 파기를 통한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위협은 교착에 빠진 협상 역학을 바꿀 수 있다고 바라봤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소련의 'SS-20' 핵미사일 배치에 대응해 서유럽에 중거리 미사일 '퍼싱II'을 배치한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이 배치로 당시 유럽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었지만 소련은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이는 INF 등 미국과 소련의 군축 조치를 이끌어냈다.
디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INF 파기를 통해 북한에 비슷한 압박을 취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이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생산·실험·배치할 수 없도록 한 INF에서 벗어나면 괌과 일본 등 아시아 기지에 수백개의 재래식 단·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 괌과 일본은 북한으로부터 각각 3380㎞, 1046㎞ 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군 항공모함들을 한반도 밖으로 일시 파견하는 일도 없어지게 된다.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역내 배치는 북한을 영구적으로 사정권 안에 둔다는 의미가 된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원치 않을 것이 뻔하다. 미사일 배치는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패권 강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주한 미국 대사이자 미 태평양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변화된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INF에 가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중국 미사일 95%는 INF 위반 대상이다. 중국이 이같은 미사일을 보유한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미국을 중국과의 어떠한 갈등에서도 전략적 불이익에 놓이게 할 것이라고 디센 연구원은 설명했다. 따라서 INF의 탈퇴는 대중 억제력도 강화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에 맞아 떨어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INF를 폐기하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태평양 지역에 즉시 배치할 수 있다. 또 INF에 의해 금지된 새 미사일뿐 아니라 중국과 경쟁하는 극초음속무기(음속보다 최소 5배 빠름)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길을 열게 된다. 이는 북한과 중국 모두에 엄청난 전략적 차질을 가져다 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INF 폐기를 선언을 통해 커다란 새 협상카드를 갖게 됐다고 디센 연구원은 평가했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를 해야할 새 동기가 생겼고 중국으로서도 어쩔수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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