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온정 수습기자 =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노사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파견 근로자들이 계약만료로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8일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파견직 근로자는 2만명에 달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상시 업무를 담당해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정규직 전환이 늦어지면서 상당수는 파견기간이 종료돼 일자리를 잃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산업부 산하 주요 산하기관 내 파견직 근로자 현황'을 보면 이러한 문제가 잘 드러난다.
2017년 7월 20일 기준 주요 21개 기관 내 정규직 전환 협의 대상인 파견근로자는 1353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기간만료로 퇴직한 사람의 수는 817명(60.3%)에 달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184명 중 169명이 퇴직해 퇴직률이 91.8%로 가장 높았고, 한전KPS(73.0%), 한전KDN(70,5%) 등도 퇴직비율이 높았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김삼화 의원실] |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직 근로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부처 산하 대부분의 기관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정규직 전환절차를 논의해야 한다.
문제는 용역도급은 2년이 지나도 기간이 연장되는 것과 달리 파견직은 파견법에 따라 정부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2년이 지나면 계약이 만료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사협의가 길어져 파견 근로자의 계약이 만료되면 퇴사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노사간 협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사무보조 파견직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종으로 분류돼 신규 청년지원자에게도 선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기관에서는 '파견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와 '청년을 고용해야 한다'며 아직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파견직 근로자는 노조의 힘을 빌릴 수도 없다. 이들 대부분이 파견업체의 정규직 직원이 아니어서 노조에 가입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에서도 이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호소할 곳도 없다.
나주소재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사무보조 파견직 근로자 A씨는 지난 5월 파견기간이 끝나고 정규직 전환 협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노사협의회 논의가 길어지면서 퇴사 위기에 놓였다.
A씨는 "처음엔 주변에서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 돼서 좋겠다고 했지만, 노사전문가협의회 논의가 길어지면서 지금은 아예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삼화 의원은 "회사를 떠난 파견직 직원은 생활고에 시달려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정규직 대상자를 한시라도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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