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우 수습기자 = '청명한 가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한민국이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봄철'에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미세먼지가 사시사철을 가리지 않고 엄습해 궁금증이 커진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과학센터에 따르면 5일과 6일 부산·울산·경남·제주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미세먼지 등급은 ‘나쁨’이다. 10월초 전국 평균 28㎍/㎥(1입방미터당 28마이크로그램)로 ‘좋음’을 나타내며 파랗게 물든 하늘도 전국을 뒤덮는 미세먼지의 습격에 누런 기침을 토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세먼지는 국내 요인과 중국 등에서 넘어오는 외부요인까지 겹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도 지난해 9월 미세먼지종합대책을 내놓고 1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늘만 바라보는 상태다.
5일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서쪽지역은 대기 정체로 축적된 국내 미세먼지에 늦은 오후부터 국외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더해져 농도가 높겠다”며 “일부 영남지역은 대기 정체로 국내 생성 미세먼지가 축적돼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기상협회가 11월 5일 9시 발표한 PM2.5 농도 지도. 한반도 서쪽 지역이 '매우 많음'으로 측정됐다. [사진=일본기상협회] |
미세먼지 예보 등급은 PM10과 PM2.5중 높은 수치를 기준으로 정한다. PM10은 입자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인 미세먼지, PM2.5는 지름 2.5㎛이하인 초미세먼지다. 둘 중 한 기준이라도 ‘나쁨’이면 대기 질은 ‘나쁨’으로 발표된다.
현재 미세먼지 등급을 ‘나쁨’으로 추락시킨 건 초미세먼지 수치다. 오전 11시 현재 부산·경남·제주·세종·강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초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이다. 충북·광주 49㎍/㎥, 대전 44㎍/㎥, 서울 36㎍/㎥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PM2.5)는 미세먼지(PM10)보다 더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50~70㎛)의 1/5에서 1/7 정도 크기다. 기관지 섬모로 얼추 걸러질 수 있다. 반면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파고 들어간다. 인체에 파고든 초미세먼지는 염증을 일으켜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 초미세먼지 위험기준이 35㎍/㎥으로 50㎍/㎥인 미세먼지보다 높은 이유다.
PM10 전국 주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변화 그래프. 위험 기준치는 24시간 기준 100㎍/㎥ 이하다. [사진=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
초미세먼지는 보통 황산염(SOx)이나 질산염(NOx), 탄소류나 검댕, 광물로 이뤄져 있다. 환경부가 한국 전역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구성 성분은 황산염과 질산염이 58.3%로 가장 많고 탄소류와 검댕이 16.8%, 광물이 6.3%이다.
물리적으로 생기는 비산먼지와 달리 황산염과 질산염은 화학적으로 생성된다. 황산염은 보통 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나온 황산화물이 공기 중 수증기와 암모니아와 결합해 만들어진다. 질산염은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 물질과 결합해 생긴다. 즉 강한 열로 분리된 입자가 다른 입자와 결합해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화학적 변화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주로 봄과 초겨울에 높아진다. 봄은 건조한 지표면 탓에 먼지가 잘 날리는 데다 황사가 불어오는 계절이다. 반면 여름에는 장마 탓에 먼지가 씻겨 내려간다. 가을에는 기압계 흐름이 빠르고 대기 순환도 원활해 미세먼지가 낮아진다. 10월 초 하늘이 맑은 이유다.
하지만 초겨울로 진입하면 난방 사용량 증가로 미세먼지 농도는 다시 높아진다. 이번 미세먼지도 11월 초부터 급속히 최저기온이 떨어진 탓이 크다. 난방을 떼기 시작한 중국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유입된 것도 한 몫 한다.
[서울=뉴스핌] 황사와 해외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25일 오전 서울 동작대교에서 바라본 도심. 2018.05.25 deepblue@newspim.com |
겨울철 정체된 대기 흐름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범이다. 겨울철에는 극지방과 중위도 지역 온도차가 높아지면서 제트기류가 강해진다. 제트기류는 극지방과 저위도 지방의 공기흐름을 차단하면서 대기 흐름을 막는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더라도 잠시뿐이다. 제트기류는 극지방과 저위도지방 온도차가 낮아지면 구불거리는 뱀 모양으로 형성된다. 제트기류 위치가 바뀐다면 잠시 미세먼지가 낮아질 수 있지만 공기흐름은 다시 정체되고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진다.
반수진 국립환경과학연구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연구원은 “올해 겨울 기압 패턴이 크게 다르지 않아 기상으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 3월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상향한 가운데 별 다른 요인이 없다면 이전보다 ‘나쁨’인 날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9월 26일 미세먼지종합관리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국제 협력 강화 등으로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저감을 목표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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