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이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기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진상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 등 연내 수사를 마무리하기에 남은 숙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임종헌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전날 "임 전 차장 기소는 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사법부 윗선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시사했다. 임 전 차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사법부 수뇌부를 겨냥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임 전 차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광범위하게 개입하는 데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또는 묵인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실제 검찰은 이르면 내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을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2월까지 제21대 행정처장을 지냈고 바톤을 이어받은 고 전 대법관은 지난해 5월까지 22대 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그 뒤 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전 대법관은 이미 지난 7일 검찰에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검찰 칼날의 최종 목적지는 양 전 대법원장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마찬가지로 공소장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사법농단 의혹의 공범이라는 내용을 적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직 법원행정처장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양 전 대법원장 소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이번 달 안에 소환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포함, 수사를 연내 마무리 짓기까지 남아있는 숙제들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통해 그의 혐의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선 소환에 앞서 관련 자료 확보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도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관련 증거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확보해 나가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일선 판사부터 사법부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윗선으로 올라가는 전략으로 수사를 벌이며 양 전 대법원장을 압박해 왔다. 전직 법원행정처장들에 대한 조사도 양 전 대법원장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이 광범위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개별 사건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특정하는 작업과 관련 법리검토 역시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전후 이뤄져야 할 중요 숙제로 꼽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도 전직 사법부 수장을 소환조사하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촘촘한 수사 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며 "수사 시작 6개월 만에 첫 기소가 나올 정도로 수사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데, 이번 수사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남아있어 수사를 끝내는 데 까지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사가 5부 능선을 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역시 비슷한 시기 국감에서 "금년 내 수사가 끝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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