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표방하는 사모펀드(PEF) KCGI가 한진칼 지분을 9% 추가 확보하면서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한진그룹이 방만경영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기관과 소액주주들이 KCGI의 한진칼 경영 참여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진칼은 그레이스홀딩스가 회사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사모펀드 KCGI의 자회사로 KCGI의 그레이스홀딩스 지분율은 100%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로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일명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는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강성부 씨가 지난 8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설립한 운용사다.
KCGI는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현재 세부 계획은 없지만 회사와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이사회 등 정관 변경, 회사 배당, 회사 합병 등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한진칼 최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7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 10월 공소가 제기됐으며 내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지분 9%(532만2666주)를 장내매수해 조양호 회장(28.95%)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번 KCGI의 한진칼 지분 대량 확보는 향후 본격적인 경영 개입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안팎의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영참여 공시가 신호탄일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주제안권,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국내 기관들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경영 참여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그간 KCGI는 한진칼 경영개입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우호 지분 확보와 투자자금유치, 향후 기업가치 재고를 위한 자산 매각 계획 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칼은 국민연금 8.35%, 크레디트스위스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81% 등을 비롯 KCGI를 포함한 국내외 기관 지분이 약 33%에 달한다.
업계는 KCGI의 차후 행보를 두고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감사위원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법에 따르면 기업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만 허용한다. 현재 10%의 지분을 보유한 KCGI가 국민연금 등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 독립성을 가진 감사위원으로 충분히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조현민 등 오너일가의 방만 경영 논란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명분도 크다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레이스홀딩스(KCGI)가 한진칼 경영권 장악에 성공할 경우 경영 합리화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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