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내년 3월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이를 위해 빠르게 5G 상용망 구축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5G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은 5G에 무관심합니다.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세계 최초 5G’를 소리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관심없는 웃지못할 상황.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90명 중 무려 86%가 5G를 잘 모르거나 처음 들어본다고 대답했습니다. 5G 서비스가 출시되면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대답도 18%에 불과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사람들에게 5G는 ‘관심밖’입니다.
그렇다면 왜 국민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5G에 대해 이렇게 무관심한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 5G는 체험할 수 없는, 모호한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화하는 통신 서비스를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합니다. 2G에서 3G, 그리고 LTE(4G)로의 변화는 ‘벽돌폰’에서 폴더폰,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에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5G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이 내년 3월 상용화 시점에 맞춰 5G 단말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완성형’ 5G 스마트폰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관심사인, 내년 상반기에 나오는 화면을 접고 펴는 ‘폴더블폰’에도 5G 기능은 탑재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5G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상용할 수 있는 핸드폰이 보편화되는 시기는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정부가 아무리 소리쳐도 정작 5G의 편리함을 체감할 수 없으니 어쩌면 국민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세계 최초’라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시작하나’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잘 하니’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문재인 정권과 함께 새롭게 정비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출범과 함께 5G를 국책과제로 삼았습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시점을 내년 3월로 잡은것도 기업이 아닌 정부입니다. 지난 6월 5G를 위한 주파수를 이통사에 할당했으니 3월이면 충분하다는 논리입니다.
기업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5G 주파수도 이통3사가 총 3조6183억원을 들여 확보한 재원입니다. 여기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고 그 결과를 어느 시기에 만들어낼지는 기업의 선택권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파수는 국가 자원이라는 이유로 상용화 시기를 내년 3월로 못 박으며 5G를 둘러싼 세계 최초 논란은 기업의 경쟁이 아닌 정부의 ‘성과’ 문제로 변질된 상태입니다. 정작 내년 3월에는 5G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디바이스 자체가 없음에도 말입니다. 아무도 모르고 그들만 아는 세계 최초 논쟁. 국내 5G를 둘러싼 현실입니다.
5G는 중요합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등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기술 시대는 LTE보다 20배 이상 빠른 5G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계 최초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차세대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다른 나라에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기더라도 차분하고 탄탄하게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 타이틀로만 본다면 그럴듯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국민들이 외면하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요. 최초보다 최고를 목표로 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