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처벌’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16일 답을 내놨다. “현행법과 국민감정 사이에 괴리가 있어 법 개정 필요성은 보이나 당장은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이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이날 “범죄를 저지른 14세 이상 미성년자는 처벌을 받는 데 비해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관찰 등 보호 처분을 받는데 이에 대해 국민들께서 답답한 마음을 갖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사진=청와대 동영상 캡처] |
지난 9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요망’이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자살한 여중생의 친언니’라고 밝혔다. 청원인은 “지난 2월 내 동생과 8년 간 친구였던 A군과 B군이 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문을 잠그고 양팔을 붙잡고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어 “여동생은 성폭행, 집단 따돌림 등으로 괴로워하다가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여동생은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는데 가해 학생들은 범죄 혐의가 인정돼도 만14세 미만이란 이유로 형사처분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니 너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A군과 B군은 지난 8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13세로, 만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돼 경찰은 수사를 ‘법원 소년부 송치’ 선에서 끝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19일 청원이 마감되기까지 20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동의했다. 이날 김 비서관이 내놓은 답변은 “청원 동의에 30일 간 20만명 이상이 참여하면 청와대가 답변을 내 놔야 한다”는 청원 게시판 운영 원칙에 따른 조치다.
김 비서관은 “14세라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져 사회가 변화하는 가운데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공감대도 있다”며 “국민의 답답하신 마음도 이해가 되나 법 개정을 하려면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까지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8월 청와대 SNS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답을 내놨다. 지난 6월 발생한 관악산 고교생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소년법을 폐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청원에 대한 답이었다.
당시 김 전 부총리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고 정부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을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당장의 법 개정은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김 비서관은 “우선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강력 범죄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에서 근본 원인을 함께 살펴보는 게 좋겠다”며 “우리 모두 피해자가 극단적 상황에 이르기 전에 상처를 딛고 굳건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비서관은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피해자는 꼭 상담기관에 도움을 구하고 이겨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