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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기업은 여전히 봉"…'적폐청산' 민망한 정부·여당

기사등록 : 2018-11-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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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업들에게 농어촌상생기금 출연 독려 가장한 강요
'적폐청산' 한다더니 변한 것 없는 기업 돈 뜯기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달라진 게 없죠. 미르·K스포츠 재단으로 국가 전체가 홍역을 앓은 후 등장한 정권인만큼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는데, 기업들에게 돈을 강요하는 건 똑같네요."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의 넋두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8.11.12 kilroy023@newspim.com

최근 농어촌상생기금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재계에서는 내색만 하지 않을 뿐 불만이 팽배하다. "'상생'이라는 말만 붙이면 기업 돈 뜯어가도 정당한 것인지" "돈을 내자니 향후 뇌물죄가 될까봐 무섭고, 안내면 상생에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등 불만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5일 간담회를 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등 15개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독려했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민의 피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FTA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기금을 모아 농어촌을 돕자는 취지다. 지난해 3월 기금을 설립, 10년간 매년 1000억원씩 1조원을 모은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기업 위주로 500억원 정도밖에 모이지 않자 농림부와 국회가 나서서 기업들에게 독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독려'일 뿐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회는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기금 조성이 미흡하다며 질타했기 때문이다. 국감에서 "돈을 왜 안내느냐"고 질타한 후 다시 불러 "돈을 내라"고 해놓고 기업들의 자율에 맡긴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기업들이 미르재단 등에 출연했다가 총수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 불과 2년전이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총수들에게 왜 국가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돈을 내냐며 추궁했다. 답답한 총수들은 "그러면 국회가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정부와 정치권은 다시 기업들의 팔을 비틀고 있다. 농어촌상생기금 뿐만 아니다. 방북 동행 이후 정부의 은근한 방북 사업 구상에 대한 압박, 상반기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혁신운동 명목의 기부금 요청 등 압력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르재단 사태 이후 기업들은 '뇌물 수수'와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법정에 서기까지 했고, 아직 상고심이 남아 있다.

의원들은 농어촌상생기금을 내라면서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돈을 낸 후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정에 세우지 않겠다"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연출했다.

국가와 정치권이 기업의 돈을 세금이나 정당한 후원금 이외의 명목으로 갈취해갈 권리는 없다. 게다가 전 정권의 문제를 딛고 '적폐 청산'을 내세운 이번 정부는 더욱 그렇다.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본인들이 해야할 일을 기업들에게 떠넘기고,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은 현 정부가 청산하려는 '적폐'다. 정치권력에 기대 '독려'라는 가면을 쓰고 기업들을 갈취하는 행태를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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