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영세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카드업계는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며 울상이다.
카드사 노조가 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
카드업계 A 관계자는 22일 "대통령께서 지시까지 내리니 '이제는 정말 어쩔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 현안을 보고 받은 뒤 "경영애로를 겪는 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매출액 10억원 이하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조만간 발표될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를 염두에 둔 지시로 풀이된다.
현재 카드사들은 당국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3년마다 카드 수수료 원가를 재산정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 공약인 탓에 인하가 유력시됐다. 당국도 수수료 인하 폭을 1조~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연매출 5억원까지인 우대수수료율 범위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 B 관계자는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 비용 부담을 온전히 짊어지게 하다가, 이제는 세금 투입을 늘린다"며 "그만큼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원을 부가가치세에서 공제받고 있다. 사업자의 세액공제 규모는 2015년(통계청) 기준 1조6967억원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는 최근 정부가 수수료 인하의 당근으로 열어준 신사업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토로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개인사업자 정보 공유 확대를 추진하면서 카드사에 개인사업자 CB업 겸업을 허용했다. 카드업계 C 관계자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신용판매)에서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게 하고, 왜 남이 하는 것(신용평가)을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밥그릇 빼앗고 젓가락 던져주는 꼴"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제 카드업계는 일방적인 비용 전가가 아닌, 현행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손보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업계 B 관계자는 "더 이상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수수료 인하가 연례행사화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D 관계자도 "카드사들의 수익을 강제로 줄여 체력이 약해졌다. 이제는 부가서비스 마케팅 비용을 비롯해 유지할 수 없는 비용은 줄일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며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원점에서 검토하고,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등 제도를 세밀하게 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