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보수적인 기업 문화의 대표주자인 은행이 바뀌고 있다. '구시대적 유물'로 여겨졌던 승진 시험이 완전히 없어지고, 계장 대리 과장 차장 부부장 부장 등 직급이 간소화되는 것.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직급체계를 없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사] |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23년 동안 시행해온 승진시험을 다음 달을 마지막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에선 시험이 가가오면 몇 달 동안 본인의 업무보다 시험공부에 몰입했다. 선배들이 호텔 등을 빌려 후배들에게 승진시험 과외를 시키는 독특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시험성적만으로 승진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고,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미 2000년대 들어 승진시험을 없애고 인사평가로 승진 대상을 결정하고 있다. 이어 농협은행이 마지막으로 승진시험 폐지를 한다. 이제 은행권에선 승진시험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직급체계도 개편되는 추세다. 은행은 연공서열이나 호봉제 기반의 임금구조를 가진 탓에 다른 산업에 비해 직급체계가 복잡하다. '계장', '부부장' 등의 직급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에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직급체계가 간소화되고 있다. 업권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은행 역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만들기에 주력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현행 '계장-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인 직급체계를 '선임(계장·대리)-책임(과장·차장)-수석(부장)-임원'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조 그리고 직원들과 상의해야 할 문제인 만큼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아예 직급체계 자체를 없앴다. 존칭과 직함이 조직 내 수직적 의사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업무도 부서 중심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된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인력이 수시로 뭉쳤다 흩어졌다는 반복하는 방식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변화는 시대적 흐름에 뒤처졌다는 은행의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을 통한 혁신이 화두이다 보니 은행권이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불필요한 제도 등을 없애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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