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통보를 다른 회원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돼, 브렉시트 반대 세력들의 국민투표 재실시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르면 회원국이 EU 탈퇴 의사를 통보한 것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ECJ가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을 캄포 산체스-보르도나 법무관이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판사 업무를 지원하는 법무관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ECJ의 최종 판결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오는 11일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앞두고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ECJ 성명이 발표된 후 파운드가 급반등하기도 했다.
EU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 50조는 회원국의 탈퇴 절차에 대해서만 개략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탈퇴 번복 등 세부적인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EU 탈퇴를 원하는 회원국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코틀랜드 의회 의원들이 중심이 된 브렉시트 반대파들이 스코틀랜드 법원에 영국이 일방적으로 브렉시트를 철회할 수 있는지 물었고, 스코틀랜드 법원이 ECJ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ECJ가 지난달 27일부터 관련 사안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그간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소속 법률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탈퇴 번복이 가능해지면 회원국들이 탈퇴 결정을 남용할 수 있으므로 EU 탈퇴 결정을 번복하려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를 뒤집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산체스-보르도나 법무관은 “만장일치 표결만 인정하는 유럽이사회가 탈퇴 통보 철회가 가능한지를 결정하게 되면 해당 회원국이 의지와 상관없이 EU를 탈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EU가 회원국의 주권과 헌법을 통제하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상적 해석에 따르면 영국은 의회가 합의문을 통과시켜 내년 3월 29일 질서 있게 EU를 탈퇴하거나, 의회가 비준 동의를 거부해 노딜 브렉시트를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ECJ가 산체스-보르도나 법무관의 의견을 최종판결에 그대로 반영하면, 국민투표 재실시가 실행 가능성이 매우 높은 또 하나의 선택지로 떠오르게 된다.
ECJ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신속한 판결을 내린다는 방침이나, 영국 의회 표결이 끝난 연말이나 돼야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유럽사법재판소(ECJ)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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