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미국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경기 침체(Recession) 공포로 이어졌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1960년대 이후 매번 경기 침체 신호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장단기금리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근접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이사는 5일 "미국 주식 시장은 지난 10월 이후 레이트 사이클(late cycle: 경기 확장 후반부) 진입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프라이싱을 해왔다"며 "미국 채권 시장은 더 나아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선반영하려는 모양새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4일(현지시각) 장중 미 국채 2년물과 5년물의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0.45bp(1bp=0.01%포인트)로 전날 역전된 뒤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2년물과 3년물 수익률 스프레드 역시 마이너스 0.10bp를 기록, 200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아울러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이 특히 주시하는 2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도 11년래 최저치인 10bp이하로 좁혀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드커브 플랫(수익률 곡선 평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채권 시장의 3년-10년 스프레드도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5일 기준 국고 3년물 금리는 1.905%, 10년물은 2.063%로 3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는 15.8bp다. 이는 2016년 막바지 금리 인하 국면에서 기록한 전저점 15bp에 근접한 것이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통화정책과 경기 부분이 차별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단기물은 통화정책 때문에 못 내려가고 있는 대신 장기물 금리는 국내 경기가 꺾였다는 인식으로 계속 내려가면서 중기영역까지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단기물에는 정책 금리가 선반영돼 있으며 장기물에는 향후 경기 전망이 반영된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이고 중립금리 수준 아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신재훈 이사는 "대내외적으로 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 과정에서의 일드커브 평탄화 현상이 아닌, 레이트 사이클 진입을 넘어서 경기침체 우려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주식 하락을 동반한 리스크 오프 모드(안전자산 선호)이기 때문에 불플래트닝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과 더불어 대내적으로도 내년 국내 경제 지표 둔화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의 일드커브 역전 현상은 다시 국내 경기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이사는 연말까지 단기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움직이지 못하는 가운데, 중장기금리가 움직이면서 일드커브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 국면이 아닌 이상 미국 금리 하락과 수익률 곡선 평탄화 현상은 국내 플래트닝 압력을 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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