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금지' 대상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월 중국 동종업체 ZTE가 미국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조치를 받아 폐업 직전까지 내몰렸던 만큼 수출금지 대상 지정은 화웨이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가 수출금지로 입는 타격은 ZTE가 미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이라는 일시적인 제재로 피해를 입었던 것보다 덜할 수 있다며 하지만, 화웨이가 반도체 칩에서 미국 부품에 지속적으로 의존해온 만큼 수출금지 조치는 차세대 이동통신 5G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화웨이의 야망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제재 대상인 북한, 이란과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ZTE에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 금지'라는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ZTE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결국 ZTE는 두 달 뒤 미국 정부에 벌금 10억달러를 내기로 했고, 이에 미국은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했다.
중국 리서치회사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댄 왕 분석가는 "ZTE는 화웨이보다 미국 칩 업체들에 훨씬 의존하고 있다"며 "ZTE는 '하이실리콘'이라는 반도체 설계 자회사 덕분에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여전히 화웨이는 미국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많은 칩이 대체 불가능하고 미국 기업들이 방대한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실리콘은 연구개발(R&D) 부문에서 10만여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회사 최초로 인공지능이 가능한 모바일 칩셋 '기린(Kirin)980'을 출시했다. 거의 모든 칩을 미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ZTE와는 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하이실리콘은 사실상 칩 생산을 대만 TSMC에 위탁하고 있다. TSMC가 제재를 우려해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를 따를 경우, 하이실리콘의 칩 생산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화웨이의 개인용 컴퓨터(PC)와 휴대폰 부품 역시 미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금지령이 내려지면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아레트 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 PC는 미국 인텔의 프로세서로 작동되며 휴대폰 무선 주파수 부품은 미국 스카이웍스와 코보에 의존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로 내년 4월까지 상업용 5G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하는 화웨이의 계획이 지연될 수 있는 점이라고 FT는 전했다.
아레트 리서치의 브레트 심슨 공동 창립자는 "5G는 중국에 커다란 기술적 전략"이라며 "화웨이가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5G와 관련해 많은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미국의 공급 금지 조치가 취해질 경우, 그들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은 화웨이의 5G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화웨이의 통신망을 뒷받침하는 네트워킹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또 모바일 네트워크를 함께 연결하는 화웨이의 기지국에는 자일링스의 FPGA(프로그래머블반도체)가 내장돼 있다.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두고 영국과 독일에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는 이미 미국과 더불어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G 분야가 중국 업체와 서방 기업으로 나뉘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웨이의 한 외국인 임원은 FT에 "우리의 세계는 국제적 표준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5G 분야를 동서양으로 갈라놓는다면 매우 슬픈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글로벌 통신회사의 고위 임원은 멍 CFO의 체포가 부품 주문이나 기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화웨이 직원과의 협력 등을 못하게 하는 ZTE식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통신 업계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그것은 작은 핵무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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