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한국이 남북철도 착공을 위해 대북제재 예외나 해제를 요청할 경우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일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한국이 연내 착공식 개최를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고 이 것이 북한의 실질적인 도로‧철도 현대화로 이어진다면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단은 개성~신의주까지 경의선 400㎞ 구간에 대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조중친선다리'를 점검하는 남북 공동조사단의 모습 [사진=통일부] |
이와 관련, 오는 20일 한미 워킹그룹은 2차 회의를 열어 남북 철도‧도로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예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여러 대북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이들은 착공식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닐지라도 실질적으로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이 시작되면 이는 제재 위반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로이 스탠가론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착공식이 사업의 시작이 아닌 사업 추진 의사 정도만 밝히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그게 아니라 철로 보수 등 실질적 현대화 작업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미국 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스탠가론 국장은 이어 “미국 내 전문가들은 최근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핵심 인사 3명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과 한국 정부가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의 연내 개최를 서두르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는 말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그러면서 “한국이 남북 철도‧도로 협력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자 한다면 내년 초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보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좋다”는 주장을 내놨다.
스탠가론 국장은 “한국 정부는 철도‧도로 착공식을 위해 유엔에 대북제재 예외나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부분은 내년 초 미북 정상회담 성과를 보고 난 뒤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이어 “만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비핵화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대북제재 완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때 본격적으로 남북 철도‧도로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10월 29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를 만나 악수하고 있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내에선 한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대규모 산업시설 지원사업을 제안하거나 이에 대해 ‘제재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이런 한국의 행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철도‧도로 협력 사업은 명백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면서 “물론 착공식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로‧철도 현대화 사업이 시작된다면 이는 명백한 제재 위반일 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매튜 하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 역시 “착공식 자체는 유엔의 대북제재 예외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철도‧도로 사업이 본격화돼 중장비나 운반용 차량 등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는 유엔이 대북제재 예외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매튜 하 연구원은 이어 “한국은 반드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미국과 공통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워킹그룹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