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남들이 '예스(Yes)'라고 할 때 '노(No)' 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있다. 어느 분야든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작품도 없다. 뮤지컬 '더데빌'이다.
뮤지컬 '더데빌' 공연 장면 [사진=페이지1, 알앤디웍스] |
뮤지컬 '더데빌'(연출 이지나)은 인간의 선택에 의한 결말이라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다. 인간의 욕망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난 2014년 초연했다. 지난해 3년 만에 재연한 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지난 11월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뉴욕의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주가 대폭락 사태를 맞아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를 중심으로, 어느날 '선과 악' 혹은 '신과 악마'로 대변되는 'X-화이트'와 'X-블랙'이 존을 두고 내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X-블랙'은 성공을 미끼로 존을 유혹하고, 'X-화이트'는 존의 선함을 끝까지 믿는다. 존의 옆에는 연인 '그레첸'이 함께해 그의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뮤지컬 '더데빌' 공연 장면 [사진=페이지1, 알앤디웍스] |
사실 스토리가 충실하고, 기승전결이 완벽한 공연은 아니다. 앞서 초연과 재연은 거의 송스루(Song through,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방식)에 가까웠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주가 폭락 등의 상황 설명을 더하는 내레이션과 배우들의 대사가 조금 추가됐다. 물론 기존의 다른 뮤지컬에 비하면 대사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덕분에 작품 전체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다. 사실 큰 줄기는 단순하기에 흐름에 맡기고 따라가다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더데빌'의 강점은 넘버다. 강렬한 사운드와 클래식이 절묘하게 조화되면서 매우 매력적인 넘버가 탄생했다. 성경 속 내용을 영어와 라틴어로 그대로 옮겨 어렵기도 하지만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웅장하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 서사보다 상징성을 강조한 작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는 넘버 70% 이상을 재편곡하고,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 코러스를 1명 추가해 6명이 됐으며, 라이브 밴드도 무대에 함께 올라 열정적인 연주를 펼친다.
뮤지컬 '더데빌' 공연 장면 [사진=페이지1, 알앤디웍스] |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좌절한 '존'을 유혹하는 'X-블랙'의 아름답고도 위험한 모습, 점점 악에 물들어가는 '존'의 태도, 슬프지만 묵묵히 '존'을 믿고 기다려주는 'X-화이트'까지 그들 자체만으로 모든 드라마가 완성된 느낌이다. 특히 '존'이 변화하는 과정은 의상으로도 보여주는데, 점점 어두워지는 와이셔츠와 넥타이, 재킷 등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는 1명의 배우가 2개의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캐릭터 크로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우 차지연, 임병근, 이충주가 'X-화이트'와 'X-블랙'으로 참여한다. 차지연과 임병근은 오는 2019년 1월13일까지 'X-블랙'을 연기한 후, 막공까지는 'X-화이트' 역으로 분한다. 이충주는 반대로 'X-화이트'에서 'X-블랙'으로 바뀐다.
뮤지컬 '더데빌' 공연 장면 [사진=페이지1, 알앤디웍스] |
이 외에 '존 파우스트' 역은 송용진, 장지후, 정욱진, 신재범, '그레첸' 역은 이하나, 이예은, 차엘리야가 맡는다. 'X-화이트'는 김다현, 조형균, 'X-블랙'은 김찬호도 함께 공연 중이다. 많은 배우들의 다양한 캐릭터 변신 덕분에 '회전문(한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것)'은 필수다.
뮤지컬 '더데빌'은 오는 2019년 3월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