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의 수사 지휘권 등을 사실상 그대로 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의원 발의로 국회로 넘어간 가운데 구체적인 수사권 조정 방안도 나오지 않자,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검찰 개혁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 등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이 지난달 12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정부는 신속한 검경 개혁을 위해 의원 입법을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가 복잡하고 뚜렷한 검경 입장차를 조정하지 못한 상황을 사실상 국회에 떠밀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내용 측면에서도 이에 당초 정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안보다 검찰의 의견이 반영돼 권한 축소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정부안에 대해 인권보호 등을 위해 검찰의 사법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해당 법안은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도록 하면서도 여전히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도록 했다.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뒤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유지됐다. 또 검찰권의 핵심인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은 현재와 동일하게 검찰이 독점하도록 했다.
이에 경찰은 사실상 검찰의 수사 통제권을 그대로 둔 조정안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세부적인 수사권 조정 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여전히 검경의 입장 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할 사개특위의 활동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이에 내년까지 사개특위 활동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역시 사실상 올해 안에 수사권 조정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도 비슷한 상태다. 공수처는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를 전담 수사하는 기구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해결하고 과도한 검찰권을 제한한다는 취지에서 도입이 논의됐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에서 별도의 수사기관을 추가로 신설하는 것에 부정적이어서 실제 법안 통과부터 공수처 신설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과 국회의원 정족수 확대 등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사실상 검찰 개혁 논의 자체가 주요 이슈에서 밀려나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당초 주요 공약으로 검찰 개혁을 내세웠는데 의원 발의된 법안 내용을 보면 계속되는 검찰 반발에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6월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조정 방안 마련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당초 정부 발표 취지대로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지금이라도 국회에만 공을 넘기지 말고 검찰 개혁을 위해 당초 논의됐던 부분들이 검찰법 개정안에 담길 수 있도록 구체적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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