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북한은 아직 김정은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를 토대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부분 완화’를 요구하도록 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글에서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언론 동향을 분석하며 “북한이 김정은의 답방을 ‘대북제재 완화’의 지렛대로 쓰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0일 ‘민족의 명부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남조선 각계층 속에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동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흠모하고 칭송하는 열풍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그러나 극우보수단체인 태극기부대 것들이 북남사이의 화해와 협력 분위기를 파탄시키기 위해 미친 듯이 발광하며 겨레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체는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은 다가올 민족의 특대사변이 동족대결과 긴장격화로 생존해 온 저들의 목줄을 내려치는 무서운 칼날이 될 수 있다고 아우성치면서 이를 막아보려고 히스테리적 발작증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 쓰는 표현들 중 ‘민족의 사변’이란 표현은 최고영도자, 즉 김정은과 관련해서만 쓸 수 있는 표현”이라며 “여기서 ‘특대사변’이란 북한이 김정은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의미이며 북한은 이것(김정은 서울 답방)을 지렛대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받아내도록 요구하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 10월 7일 평양 순안공항 도착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미국에 교착 국면을 풀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우리 정부나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10월 7일 평양 방문을 앞두고 ‘핵 리스트 신고만이 비핵화의 초기 선행조치’라는 인식을 공유했어야 하는데 (양국 사이에) 비핵화 선행 조치에 대한 명백한 개념이 없었다”며 “이런 애매모호성이 결국 북한에 그릇된 기대감을 줬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2차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협상을 재개하자면 이제라도 미국이 핵 신고만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비핵화 선행조치라는 것을 공식화해야 한다”며 “그 뒤에 북한이 핵신고를 하고 진정성을 보이면 제재의 부분적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