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첨단전술무기 시험 현장을 현지 지도한 것과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한국 공군의 공중급유기 도입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블로그인 ‘남북행동포럼’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공중급유기 도입이 ‘왜 하필 북한이 지금 시점에서 전술무기시험을 공개했는가’에 대한 답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
지난 12일 김해공군기지에는 공군 사상 최초의 공중급유기 1호기가 도착했다. 한 달 간의 수락검사를 거쳐 오는 12월 정식 배치될 예정인 급유기는 한국 공군의 F-15K, KF-16에 공중급유를 실시해 공중작전시간을 1시간 가량 늘렸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남한이 남북군사합의서 채택 후에도 공중급유기 도입 등 재래식 무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해 신경이 곤두 서 있다”며 “김정은으로서도 군부 앞에서 ‘가만 있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이번 김정은의 현지 지도도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른 남북 사이의 군축 이행 조치와는 별도로 ‘너(남한)도 하면 나도 한다’는 대응 방식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주장의 근거로 남한 공군의 전술작전능력이 대폭 향상된 것을 들었다.
태 전 공사는 “남북 무력 대결구도에서 북한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남한의 공군력과 해군력 증강”이라며 “이번에 공중급유기 도입으로 남한 공군의 공중작전시간이 늘어났으니 북한은 반항공 전술미사일을 더 현대화해서 남한의 공군작전능력 향상을 무력화시킨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시험 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
태 전 공사는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위원장의 첨단무기 현지 지도를 2면에 걸쳐 실은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16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을 2면에 실으면서 1면에는 김 위원장의 신의주시 건설 총계획 현지지도 소식을 실었다.
태 전 공사는 “지금까지 북한은 언제나 ‘선(先)국방 후(後)경제’라는 구호 밑에 국방 분야 현지지도가 항상 먼저였는데 이번에 경제 분야를 앞에 놨다”며 “이는 주민들에게 ‘이젠 핵무기를 완성했으니 모든 것을 경제에 집중하지만 그렇다고 국방 건설을 아예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라는 정책 방향을 명백히 알리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이날 글에서 “김 위원장이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무기시험 현장 지도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 반박했다.
태 전 공사는 “사실 북한에서 김정은의 모든 현지지도를 다 보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남북 협상 분위기가 마련됐기 때문에 김정은의 무기시험 현지 지도 공개가 올해 들어 처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간 외부세계에서 모르는 무기시험 현지지도는 여러 번 있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