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약 1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난치성 자가 면역질환 루푸스(lupus)의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포스텍 연구진과 아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공동연구팀은 ‘Ets1 유전자’의 변이가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특정 T세포가 질환을 유도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 희귀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저명 학술지 ‘이뮤니티(Immunity)’ 온라인판에 이날 오전 1시 게재됐다.
[그림] Ets1 돌연변이에 의한 루푸스 발병 모식도: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아시아계 루푸스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Ets1 유전자 변이에 주목했다. 생쥐를 대상으로 동물 실험을 한 결과, 연구진은 Ets1 유전자 변이에 의해 루푸스 발병이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됨을 확인했다. 2018.12.19. [자료=IBS] |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SLE 또는 전신 홍반 루푸스)는 몸의 일부를 외부 인자로 인식해 자가 면역 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조직에 염증 및 기능 상실을 유도한다.
피부, 신장, 허파, 혈관, 뇌에 염증을 일으켜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때 자가 항체가 주요 질환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약 2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매년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루프스 발병에 연관된 6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들이 발견됐지만 실제 어떤 유전자가 질환에 이르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T세포, B세포, 수지상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들 중 어떤 면역 세포의 이상이 루프스 발병을 유도하는지도 불분명했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만 있을 뿐 궁극적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IBS·포스텍 연구진은 아시아계 루푸스 환자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Ets1 유전자 변이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면역세포가 결손된 생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유전자 변이로 인해 특이적으로 Ets1을 생성하지 못하는 생쥐에서 루프스 환자와 비슷하게 비장의 크기가 비대해지고 임파선염, 피부염 등이 생기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선 보고된 바 없었던 ‘폴리큘러 도움 T세포 2(follicular helper T cell 2·Tfh2 세포)'가 매우 높게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Tfh2 세포는 항체 생성에 도움을 주는 T세포다. 연구진은 Tfh2 세포가 생쥐에도 존재함을 처음으로 밝혔음은 물론 Tfh2 세포의 증가가 루푸스 증상 유도로 이어짐을 처음으로 보고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Tfh2 세포의 중요성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향후 Tfh2 세포의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제한적 효능을 가졌던 기존 약물의 한계를 넘는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Tfh2 세포가 루푸스뿐만 아니라 항체로 인해 매개되는 다른 자자면역 질환에도 역할을 하는지 추가적인 연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