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미국, 유럽, 중국 등 각국 정부들이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혁신에 나서고 있다. 각 국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동안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회계 문제와 규제 때문에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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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바이오 경쟁력', 매년 하락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성적은 아직도 부진하다. 기초연구와 기술은 뛰어나지만, 규제로 인해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난 10월 규제 환경과 연구 인프라를 기준으로 매긴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를 공개했다. 한국은 전체 54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첫 조사가 시작된 2009년 15위에 올랐던 한국은 매년 순위가 밀리고 있다. 바이오산업 후발주자들인 아랍에미리트, 중국, 말레이시아 등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번 조사에서 24위에 오르면 한국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중국·대만은 공동 27위, 말레이시아는 30위를 기록하며 따라붙고 있다.
한국의 순위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은 기술력이나 연구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연구·개발(R&D) 투자는 10점 만점 중 9.9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바이오 기업 성과'(생산성)에서 최하점인 0.1점을 기록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한국은 바이오 논문 발표가 세계 9위로 높지만, 규제로 인해 관련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등 기술 활용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규제로 상용화가 제약받는 경우들에 주목하고, 산업 현장의 규제 개혁 체감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규제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美·日, 선제적으로 바이오 규제 완화
해외의 경우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앞서 2012년 '국가 바이오 경제 청사진'(National Bio economy Blueprint)을 발표하면서 규제개선을 5대 핵심전략 중 하나로 내세웠다. 미국은 안전성이나 생명윤리 우려가 제기되는 바이오 분야에 대해 연구 활동을 제한하거나 시판을 금지하는 대신, 시판 후 관리를 강화하고 문제 발생 시 엄격한 처벌을 내린다.
영국산업혁신부는 2011년부터 규제개선을 3대 우선순위 영역 중 하나로 제시했다. 바이오 기술에 발전에 맞춰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프랑스 정부는 2011년 의약품 관리체계의 규제를 전면 개혁했다. 의약품 규제관리에서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처벌조항도 만들었다.
일본은 안전성이 입증된 줄기세포치료 제품을 조건부로 우선 승인해 시장에 출시하는 전략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14년 11월 '재생의료 등 안전성확보법'(재생의료법)을 시행하고 약사법을 개정해 재생의료 제품 승인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약 7년에서 2∼3년으로 단축했다.
◆ 정부 정책에 업혀 급부상하는 中 바이오
특히 중국 정부는 가장 적극적으로 바이오산업 육성과 규제개선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바이오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베이징, 상하이 등 22개 도시에 '국가 바이오 산업기지'를 구축했다.
중국 정부는 또 의약품 연구개발에 2011~2015년 400억위안(약 6조7000억원)을 투입했고, 2016~2020년에는 이의 두 배 수준인 750억위안(약 12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임상시험 신청 시 승인을 근무일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기한을 지정하는 등 제도도 개선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에 중국 바이오 경쟁력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조사에서 27위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줄기세포치료제 관련 논문을 많이 발표한 나라다. 중국은 7239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는 전체 논문의 14.3%에 해당한다. 반면 한국은 2265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8위를 기록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유전자 치료제 4개 중 2개는 중국회사 제품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의 바이오 기술은 한국보다 떨어지지만, 규제 완화 육성정책 등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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