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내년도 자본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주주 등극이 예상되는 KT와 카카오가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금융위원회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CI=케이뱅크, 카카오뱅크]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내년도 안정적인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각각 KT와 카카오를 대주주로 변경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출범 이후 증자 문제로 줄곧 골머리를 앓아온 케이뱅크는 내년 상반기에 KT 주도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자본금은 1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75억원 수준이다.
선제적 자본확충으로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시행되면 카카오 주도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방침이다.
카카오가 콜옵션을 통해 현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을 넘겨받는 구조가 유력하다. 이 옵션 실행 이후 카카오뱅크 지분은 카카오가 30%, 한국투자금융지주가 30% -1주가 된다.
현재 자본금이 1조3000억원인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최대주주에 오르게 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 새로운 사업 진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두 회사의 '핑크빛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금융위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다.
KT와 카카오는 모두 최근 5년 이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기존 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 4%를 포함해 총 10%를 초과해 보유할 때 과거 5년 감 금융·조세·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KT와 자회사인 KTF뮤직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각각 7000만원과 1억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도 1억원의 벌금형을, 카카오 기업집단 총수인 김범수 의장은 벌금 1억원에 약식 기소된 후 현재 정식재판을 진행 중이다.
다만 두 회사가 대주주적격성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금융위가 해당 법령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둬 지분을 추가 보유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다.
결국 금융위가 KT와 카카오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어느 정도 수위로 보느냐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KT와 카카오는 해당 법령 위반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과거 은행·보험·증권사들의 유사사례가 경미하게 판단된 선례가 있고, 인터넷은행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에 걸맞게 문제를 유연하게 해석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두 회사가 모두 한도초과 보유주주로서의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양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의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은행의 지배주주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KT와 카카오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최치현 금융위 은행과 사무관은 "대주주적격성 심사 신청이 들어오면 과거 유사 사례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소요시간은 빠르면 두 달, 서류가 미비해 보완할 점이 있다면 조금 더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적격성 문제는 금융위로서도 예민할 문제일 것"이라며 "허가해줄 경우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허가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은행 활성화 취지가 퇴색될 수 있어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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