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 교체를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적자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적자국채를 상환해야 할 여건이었지만, 청와대가 오히려 적자국채 발행을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일축했다. 적자국채 발행 및 상환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30일 밤 '내가 기획재정부를 나온 이유2'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제가 국고과에서 자금 담당 사무관으로 자금을 총괄할 때 8조7000억원 국채 추가 발행에 대한 지시와 관련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국가 세금이 잘 걷혀서 적자국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게 신재민 전 사무관 주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 30일 저녁 신재민 전 사무관은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청와대 전경. yooksa@newspim.com |
먼저 신재민 전 사무관은 지난해 11월 14일 기재부가 다음날(15일) 예정된 1조원 규모 국채 조기상환 입찰을 전격 취소한 이유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수 여건이 좋아서 기재부 국고국은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려고 했지만 김동연 전 부총리가 '정무적 고려'를 거론했다는 것.
신 전 사무관은 정무적 판단에 대해 "(김동연 전 부총리가) 정권 말 재정 부담에 대비해 자금을 쌓아둬야 하는 데다 정권이 교체된 2017년에 국채 발행을 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 향후 정권 내내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국고국은 4조원 규모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담당 국장이 '세수도 좋은데 비용까지 물면서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건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김동연 전 부총리를 설득했다. 결국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없던 일이 됐다.
상황이 종료되는 듯 했지만 청와대가 나섰다는 게 신 전 사무관 주장이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계획대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 계획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결정됐고 대통령에까지 보고된 사안이었다는 것.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보고된 사안은 되돌릴 수 없으니 기존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요구했다"며 "국채 추가 발행을 안 하기로 한 12월 발행 계획 보도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검토 과정에서 여러 대안을 보고하고 논의할 수 있다"며 "청와대도 정책 결정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재부는 보도해명 자료를 통해 "국채 조기 상환 입찰 취소 및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 관련 청와대 강압적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당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와 관련해 여러 대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으나 최종적인 논의 결과 기재부는 세수 여건 및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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