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수요가줄고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고점 우려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현실화됐다. 시장예상을 3조원 가량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 전문가들은 그러나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송용호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yooksa@newspim.com |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8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메모리 반도체 펀더멘탈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며 "5G,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시장이 커지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계속늘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삼성전자 정보통신사업부 컴퓨터시스템개발실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2년부터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저장장치플랫폼을 처음으로 발표하는 등의 실적을 냈다. 2014년부터는 미래성장동력 지능형반도체추진단장을 역임하며 반도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송 교수는 반도체 가격 하락 현상이 크게 우려할 만한 이슈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 공급 역전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현상은 이미 오래전에도 있었던 일"이라며 "겉으로 나타나는 지표가 시장이 둔화되는 것처럼 보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 분쟁과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시장 타격이 컸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수출이 어려워진데다 반도체 핵심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을 멈추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 실적 하락을 가속화 시켰다"면서 "여기다 설상가상으로 데이터센터의 수요 감소도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의 우려는 삼성전자 4분기 실적에서 현실화됐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증권업계 평균 전망치(13조3800억원)보다 3조원 가깝게 줄어들었다.
송 교수는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여왔다"며 "일반적인 과거 경험을 비춰보면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수요가 늘어나 시장도 이 시기에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다 해서 기업들의 매출도 올라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고,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올라갈 지는 당시에 이뤄지는 공급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송 교수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당장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이 한국을 금방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성장하더라도 시장에 과잉 공급 현상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반도체 시장이 당장 어렵더라도 기술 개발이나 인재 육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과거를 되짚어 보면 적자가 나는 시기에 투자를 하고, 흑자가 나는 시기에 이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면서 "지금 시황이 일시적으로 나쁘더라도 투자나 인재 육성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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