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망명 중인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9일 “한국 정부는 조 대사대리를 데려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지지 시민연대 결성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조 대사대리와 가족에 대한 신변을 보장하고 망명에 대한 개입 의지를 정치적으로 표현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사진 왼 쪽에서 세 번째)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지지 시민연대 결성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지지 시민연대] |
조 대사대리는 지난해 11월께 잠적해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망명설이 제기됐다. 이 같은 소식은 앞서 지난해 9월 북한당국이 대사 교체를 위해 조 대사대리에게 귀국할 것을 통지하고 인수인계 절차가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을 무렵인 11월께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대사대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에 통지하면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현지 매체인 코리에레델라셀라는 "조 대사대리가 제3국으로 도피했다가 현재 이탈리아 정부의 보호 아래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미국 등 제3국에 있거나 북한으로 송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실상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 전 공사 등 탈북민들은 "조 대사대리가 한국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 한국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역시 조 대사대리와 가족들의 한국행을 촉구하는 시민연대가 결성됐음을 알리고 조 대사대리와 가족들을 위한 한국 정부의 신변보호, 지원 등의 조치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기자간담회에는 탈북민 출신 인사들과 정계 인사들이 다수 자리했다. 시민연대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태 전 공사와 김성민 자유북한방송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고영환 전 북한외교관,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태 전 공사는 “정부는 조 대사대리를 접촉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신변 보장을 해야 한다”며 “현재 이탈리아 정부가 제대로 보호를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 지원은 하고 있는지도 (우리 정부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이탈리아 정부가 망명 희망지를 묻고 (희망지) 대사관의 의사를 타진하지만 망명 희망국 당국에서 답을 안주면 계속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조 대사대리는 북한 체포조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만일 이탈리아 정부가 그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성길아, 걱정하지 마라. 신변 안전이 없다면 우리가 이탈리아 대사관과 현지에 촉구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조 대사대리에게 직접 메시지도 전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지지 시민연대 결성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지지 시민연대] |
시민연대 역시 이날 성명을 내 조 대사대리와 가족들의 안전한 한국행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연대는 “대한민국 헌법과 국내외 관련 법률에 의하면 북한 지역을 탈출한 북한 주민은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본인의 의사에 따라 망명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이어 “이에 따라 조성길과 가족은 망명지 선택의 자유가 있고, 대한민국 정부 역시 우리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한국 정부는 조성길 가족이 희망하는 안전한 한국행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그러면서 “아울러 한국 정부는 이탈리아 정부에 조성길과 가족의 신변안전 보장을 촉구하고 그들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보장된 환경에서 그들이 대한민국에 올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또 “이탈리아 정부는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정치적 망명자 신분인 조성길과 가족이 희망하는 나라로 갈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