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 사태가 19일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와의 담판이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미 정치권의 대치와 셧다운 사태 후유증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만나 장벽 건설과 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해 마주 앉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벡악관에서 셧다운 사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올린 트위터를 통해 “방금 척과 낸시와의 회담장에서 나와버렸다. 완전히 시간 낭비”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강철 장애물 혹은 (콘크리트) 장벽을 포함한 국경 보안에 동의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낸시는 노(NO)라고 말했다”고 소개한 뒤 “나는 안녕(bye-bye)라고 말했다, 그리곤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과 슈머 원내 대표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자신의 장벽 건설 주장에 대해 동의하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반대하자 곧바로 걸어서 나가 버렸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아무런 협상도 논의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내일이면 많은 공무원들이 봉급을 지급 받지 못해 주택 할부금을 못 내는 등 고통을 겪게 된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무감각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기자회견 하고 있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앞줄 오른쪽부터)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사진=로이터 뉴스핌] |
장벽 예산을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비상사태를 선언을 통해 의회 승인 없이 장벽 건설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기자들에게 의회가 장벽 예산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우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장벽 예산에 대해) 합의를 이룰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 경로를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최근 의회 승인 없이 장벽 건설을 마무리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 “나는 목적(장벽 건설)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정부 문을 계속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경 안보 이슈에 있어서 공화당원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의회를 방문,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만나 장벽 건설 관철을 거듭 강조하며 당내 지지와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친 뒤 “공화당 의원들은 국경 안보 문제에 대해 완전히 단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불법 이민자들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 남쪽 국경에 장벽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면서 민주당에 57억 달러의 예산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벽 예산이 제외된 정부 예산안을 즉각 승인해 셧다운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국경 지역을 방문, 장벽 건설을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지지 여론 확산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번 셧다운 사태가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경우 역대 미국 정부 역사상 최장기 셧다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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