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8월 이후 중단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금융과 운송 등의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진 않았으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재개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CES에 참석중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가운데). [사진=SK이노베이션] |
14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설비에 적합, 나프타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이란산 원유를 다시 들여오기 위해 꾸준히 검토를 해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로이터 등 외신과 만나 "이란과 수입 물량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르면 1월 말이나 2월 초 이란산 원유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도입 재개 시점이 확정되진 않았다. 이란산 원유를 들여올 의향이 분명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금융이나 운송 등 수입 재개를 위한 물리적인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결제나 선박 관련 이슈가 해소되지 않아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문제가 같이 풀려야 리스크 없이 수입을 재개할 수 있다. 아직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금수를 골자로 하는 대(對)이란 제재를 발동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 8개국을 한시적(180일) 예외국으로 허용했다. 다만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노력을 전제 조건으로 달며, 감축 실적 등을 판단해 6개월마다 제재 유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 가능 물량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외신 등은 우리나라가 일 20만 배럴까지 수입이 허용된다고 추정한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수입량은 1억4787만 배럴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넉넉한 물량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란산 원유를 선호해왔다.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이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인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국내 기업의 설비에 적합, 나프타 생산에 유리해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많은 나라였다.
이같은 이유로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 등도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도입은 선박이나 보험, 금융 등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며 "물량이 제한적이지만 워낙 경제성이 높아 국내 기업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진 국내 기업이 계약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예외 인정 기간이 한시적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간 연장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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