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동물권 단체로서 동물들 고통과 죽음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같습니다.”
구조 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인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모임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어의 안락사는 대량 살처분과는 다른 인도적인 안락사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케어는 그동안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 동물을 구조해온 단체”라며 “주인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는 동물과 도살장 속 절체절명의 위기 동물들이 구호 대상이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인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1.19 leehs@newspim.com |
앞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했던 한 직원은 박 대표와 일부 임원들이 수 년간 수백 마리의 동물을 보호소에서 안락사 시켰다고 폭로했다.
안락사의 명분은 ‘보호소 공간 확보’로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250마리가 안락사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수년 동안 안락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리지 못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논란이 될 것이 두려워 내부적으로 소수 임원에 의해서만 합의를 이뤄 안락사 해왔다”고 안락사 사실을 시인했다.
이어 “오직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민간 보호소는 법적 근거와 기준을 가지고 결정할 수 없어 결정을 하는 순간 엄청난 비난과 논란이 일 것이 분명했다”며 “그래서 알리지 못했고 은폐시도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보호소는 집이 아니라 쉼터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선택적 도태가 필요하지만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않는 한 숨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인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1.19 leehs@newspim.com |
케어가 당초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무분별한 구조 활동에 나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대표는 “구조하면 그 중 다수의 동물이 살아남아 입양 혹은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대한민국에서는 안락사마저도 사치인 동물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고통을 직시하기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것이 동물권 운동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안락사가 숨지 않도록, 또 비난으로 끝나지 않도록 선진국과 같은 법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동물들이 왜 안락사를 위해 수의사를 기다려야 하냐”며 “최소한 구조 현장에서는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안락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다”며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명을 경시하고 동물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거나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과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습을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케어 직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재차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박 대표는 “저는 오히려 대표직이 버거웠던 사람이지만 제가 떠나면 케어 경영권을 갖고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며 “남아서 케어를 정상화하고 그렇게 될 때까지 어떤 직위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