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대형 증권사 수장들이 잇따라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면서 금투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실적을 비춰볼 때 단기간에 달성하긴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을 불리면 가능한 숫자란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3사가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자리를 놓고 한판 경쟁을 벌인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가 된 정일문 사장은 연내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대표이사에 오른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앞으로 4년뒤인 오는 2023년까지 1조 클럽 가입을 공언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도전장을 냈다가 일단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들 3사가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기 위해선 IB(투자은행)와 WM(자산관리) 확대가 핵심이다. 전통적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수익이 감소한 것도 있지만 이들 사업이 최근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도 주요 증권사들은 WM와 IB부문의 인력, 조직을 확대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사진=이동훈기자] |
IB의 주요 업무는 IPO(기업공개), 유상증자, 기업의 자금조달, 회사채 인수, M&A 및 컨설팅 등으로 이를 통해 증권사는 수수료 및 투자이익을 얻는다. 최근에는 운영자금을 활용해 수천억원대 오피스, 빌딩을 매입해 임대료와 매도차익을 취하기도 한다. 위탁매매 수익은 증시 움직임에 변동성이 크지만 부동산투자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장점이 있다.
실제 대형 증권사는 IB부문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얻었다. 업계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IB부문에서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688억원으로 전년동기(2251억원) 대비 63%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도 이 부문의 영업이익이 1866억원에서 2316억원으로 24% 증가했다. IPO와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 적지 않다.
물론 각사별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쌓여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ROE(자기자본수익률)가 낮은 편이다. 지난 3분기 기준 6.5%로 업계 10위권. 자기자본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업계 최상위권인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12~14%와 차이가 크다. 최근 부진한 트레이딩 및 자기자본(PI)의 투자 실적도 개선해야 한다.
해외시장 성과도 중요하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8조2000억원 중 업계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을 해외시장에 투입했다. 현재 해외법인의 ROE는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의미있는 실적 개선이 요원한 구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자기자본을 10조원대로 늘리고 ROE 10% 달성을 목표로 뒀다. 목표대로만 진행되면 각종 수수료 수익을 제외하고도 영업이익 1조원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규모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증권사 수익이 모두 자기자본에서 만들어지지 않지만 직접 투자는 수익률을 보다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자기자본은 4조4000억원 규모로 미래에셋대우의 절반 수준이다. IB부문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재보다 ROE를 크게 높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유상증자 및 이익 확대로 자기자본을 끌어올려야 ‘1조 클럽’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IPO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다. 공모액 기준으로 지난 2016년 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2017년과 2018년에는 3위로 내려앉았다. 작년 IPO시장에서 대형 공모주로 꼽혔던 애경산업(1979억원), 티웨이항공(1920억원), 롯데정보통신(1277억원)의 주관사 경쟁에서 모두 밀렸다. 공모액 1000억원 넘은 IPO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셈이다.
NH투자증권도 자기자본 규모가 5조원으로 미래에셋대우와 차이가 벌어져 있다. 지주사인 NH농협은행이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펴 당장 자금 수혈로 자기자본 확대를 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작년 3분기 ROE는 8.4%로 업계 최상위권의 격차도 줄여야 한다. 작년 상위사가 IB에서 큰 재미를 본 것과 달리 NH투자증권은 역성장했다. IB부문의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49억원으로 전년동기(2720억원) 대비 17% 줄었다. 정영채 사장이 IB 전문가인 점을 비춰볼 때 아쉬운 실적이다.
1조원 시대를 위해선 증권사별로 해외법인의 수익성 제고도 필요하다. 증권사들이 현지법인과 투자액을 늘리는 것보다 성과가 미미하다. 작년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 15곳이 해외에서 얻은 영업이익은 734억원이다. 지난 1991년 영국 런던법인을 시작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한 미래에셋대우가 55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기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100억원을 밑돈다.
증권사 한 임원은 “주식 및 파생운용 등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으로 올해 실적이 작년만 못한 증권사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증권사가 향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기 위해선 자기자본 확대와 ROE 개선, 증시 호황, 규제 완화가 맞물려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 모두 자체적인 강점이 있는데 이중 자기자본과 해외시장 성과에서 앞선 미래에셋대우가 다소 유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