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규제혁신이 산으로 가고 있다. 규제혁신의 중심을 잡아 줄 컨트롤타워는 없고 각자도생하는 협의체만 난립해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혁신을 논의하는 협의체는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과 4차산업혁명위원회, 혁신성장본부 등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
◆ 국무조정실 따로, 기재부 따로…대한상의와 또 TF?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2013년 출범한 규제혁신 협의체이다. 국무조정실과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하고 있다. 규제개선 전략과제와 현장 애로 규제 발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애로를 개선하는 게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핵심 업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15일 대기업·중견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청와대] |
이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곳이 기재부에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혁신성장본부를 꾸렸다. 기재부는 혁신성장본부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정규 조직화를 논의 중이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규제혁신 주요 협의체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결론을 도출할 때까지 마라톤 회의를 여는 규제·혁신 해커톤을 지금까지 4번 열었다. 핀테크와 혁신의료기기 규제개선, 공인인증제도 폐지, 드론 활성화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정부는 규제혁신 협의체를 또 만들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 13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연 간담회에서 정부가 대한상의와 규제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규제개선을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지난 16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 후속 조치로 "기재부·대한상의 규제개선 추진단을 통해 규제개선 추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과 대한상의가 꾸린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 있지만 이와 별도로 기재부가 대한상의와 규제개선TF를 또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혁신 논의가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혁신성장본부나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과 같은 기존 조직 활용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무 중복에 비효율성만…"규제개혁 책임지고 추진하는 곳 필요"
문제는 정부의 규제혁신 조직이 난립하면서 업무 중복 등 비효율성만 커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재부 혁신성장본부 내 규제혁신·기업투자팀 업무와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내 규제개선전략팀, 투자환경개선팀 업무가 겹친다. 기업을 포함한 민원인 입장에서 보면 여러 기관에 규제개선을 건의해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여러 협의체에서 규제혁신을 논의하다 보니 어느 부처도 책임지고 나서지 않는다. 규제혁신 건의를 열심히 듣지만 뒤돌아서면 뒷짐 지고 미적대는 것. 규제개선 성과는 초라하고 국민 체감도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 스스로도 규제혁신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내놓은 2018년 정부업무평가 보고서에서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기업의 규제혁신 체감도는 높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규제혁신의 총대를 메고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는 "차량 공유 서비스 카풀 사례에서 보듯이 논의만 많을 뿐이지 어디서 입장을 정해서 하는 곳이 없다"며 "규제개혁을 책임지는 곳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규제개혁은 갈등을 수반하고 갈등을 슬기롭게 푸는 게 행정부 역할"이라며 "대국민 창구도 단일화해서 국민을 설득하며 밀고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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