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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대북제재 유지돼도 금강산관광 가능...개성공단 재개는 어려워"

기사등록 : 2019-01-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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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와 대북제재 극복방안’ 토론회
김광길 "금강산관광 충분히 재개 가능...개성공단은 어렵다"
“개성공단, 수출‧금융 금지조항 등 현재로선 재개 어려워”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더라도 금강산관광 재개는 충분히 가능하나 개성공단 재개는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광길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24일 오후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와 대북제재 극복방안’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규정이나 미국 단독 대북제재를 살펴봐도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대북 제재 하에서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24일 오후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대북제재 극복방안’이 개최됐다. suyoung0710@newspim.com

◆ “금강산관광 투입 ‘대량 현금’, 핵무기 등 목적 아냐…안보리 제재 결의와 무관”

김 변호사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10여년 간 개성공단 기업들의 법률 지원을 담당했던 개성공단 전문가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변호사 외에도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한수 현대아산 상무,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등 개성공단 관계자,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부 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 변호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규정을 분석, 금강산관광 재개는 얼마든지 가능하나 개성공단 재개는 그렇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 규정이나 미국 단독 대북제재 규정을 살펴볼 때 금강산관광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은 없다”며 “미국인은 북한 여행을 위해 국무부의 특별 여권을 발급받아야 하지만 중국인, 한국인 등은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다만 금강산관광을 위한 외부 투자는 (제재 규정의) 투자 금지 혹은 물자 수출입 금지 등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또 대량 현금(벌크 캐시, bulk cash) 이전 금지 위반 가능성도 있으나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대량 현금 이전 금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안보리 제재 규정은 제2087호, 제2094호, 제2371호 등 모두 3개다. 이들 조항은 "안보리 제재 때문에 금강산관광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 조항들이 대량 현금 이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재개의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제2094호 제11조에 따르면 핵미사일 활동 등 기존의 안보리 제재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에 기여하거나 기존 안보리 제재 조치를 회피 또는 우회하거나 이를 무력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대량 현금의 이전 및 관련 금융서비스의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지, 대량 현금 이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금강산 관광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안보리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다만 금강산관광을 위해 호텔 등을 보수해야 하고, 보수를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 부분은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개성공단 재개의 경우 제재 규정 내 금융 거래 금지, 전기‧기계류 공급 금지 등의 조항으로 인해 현재 대북제재 하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안보리 제재결의 제2321호, 2375호, 2397호를 보면 △북한 내 은행지점 90일 내 폐쇄 △모든 대북 무역에 대한 수출신용 등 금융지원 금지 △섬유제품 수출입 금지 △북한과의 합작기업 등 120일 내 폐쇄 △원유공급량 제한(500만톤) △정유제품 제한(50만톤) △전기기기 등의 북한으로부터 수출 금지 △산업용 기계류 등의 북한으로의 공급 금지 등의 내용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만일 개성공단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지 않는 경우 일부 조항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이 될 우려가 있고, 이렇게 되면 전 세계 모든 은행이 개성공단과 관련된 금융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4월 촬영된 개성공단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현물로 임금 지급 땐 대북제재 위반 아냐"

다만 김 변호사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유엔 제재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근거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 2397호 제25조는 ‘제재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의 상기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들의 업무를 촉진하거나 관련 결의와 일치하는 목적을 위해 면제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 건별로 제재면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같은 결의의 제27조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유지를 강조하고, 상황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개성공단이 바로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사업”이라며 “제25조와 함께 생각해 본다면 개성공단 사업은 (유엔 제재위의) 결의와 일치하므로 제재위의 승인을 받아 제재 면제 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현금이 아닌 현물로 임금을 지급하면 ‘대량 현금 이전’ 등의 문제로 제재 위반이 될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같은 주장은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또 “개성공단 기업들은 북한에 돈을 주고, 그 돈으로 근로자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형식이 가능할 것 같다”며 “공단 출입구에 마트를 세우고, 근로자들에겐 임금 대신 전자카드를 주고 기업들이 전자카드에 임금을 입금하도록 해서, 근로자들이 전자카드를 가지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자는 구상인데, 이렇게 하면 임금 직불, 투명성, 핵자금 전용 우려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북한에서 현물 지급은 자존심 때문에 안 받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도 있지만 남북 간 실무급 회담을 열어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24일 오후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대북제재 극복방안’이 개최됐다. suyoung0710@newspim.com

◆김광길 “안보리 제재 결의, 개성공단에 석유 반입 및 섬유 봉재 제품 반출 금지”
   신한용 “공단서 석유제품 안쓰면 돼…섬유 봉제기업 제외하고라도 일부 재가동되길”

토론회 참석자들은 전체적으로는 발제자인 김 변호사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일부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김 변호사는 △석유 정제제품 반입 금지 △섬유봉제제품 반출 금지 △대량현금 이전 문제로 금융기관 설치 불가능 등의 문제로 공단 재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운을 뗐다.

신 회장은 이어 “공단 기업들이 석유 정제제품은 안쓰면 되는 것이고, 섬유 봉제 제품 반출 금지조항과 관련해서는 공단 내 기업 중 섬유봉제 회사가 60%에 달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지만 그 외 기계금속 회사들부터 재가동을 시작한다면 완전히 막힌 것보다는 희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러면서 현물 외에 다른 방식으로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미국이나 유럽에서 부동산 등을 거래할 때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결제에 개입, 결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를 개성공단에서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특히 “미국도 에스크로 계좌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계좌에 돈(임금)을 넣어놓고 비핵화가 상황을 보면서 (공단 재개에 대해) 남북미가 합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에) 임금을 바로 주지 않고 제3자가 관리하는 계좌에 넣게 되면 국제적 노동규약 등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기업인들이 '개성공단 점검을 위한 방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4mkh@newspim.com

◆ “정부, 국회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공단 재개 국민적 합의‧국제사회 설득 필요”

참석자들은 정부에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한수 현대아산 상무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대북제재와 관련해 대량 현금 제재를 푼다거나 금융거래 제재를 푼다고 하면서 하나 하나 하는 것보다는 최근 여러 비핵화 문제가 잘 진행됐듯이 정부에서 포괄적으로 제재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신 회장은 “포괄적으로 제재 해제가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다”며 “나도 개성공단 기업 당사자인데, 포괄적으로 제재가 풀어지길 바라기보다는 틈새로 끼어 들어가서 (제재를) 극복할 방안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신 회장은 이어 “이를 위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를 떠나 충분히 대화를 해서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공단 재개를 하겠다’는 것을 먼저 만들고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며 “우리는 국회에서, 북한에서도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곳에서 4.27 판문점선언이 비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또 “일부 진영에서만 공단 재개를 결정하면 국제사회에서 무시하니 정권이 바뀌더라도 안전할 수 있는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참석자들 사이에 포괄적 제재 해제와 부분적 해제를 놓고 이견이 드러났으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정상, 그리고 남북 당국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결국은 남북 지도자 의지의 문제”라며 “지난 1년 반 동안 통일부가 보여준 여러 모습들은 너무 소극적이었고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 개성공단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환영한다’고 했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북 경협이야말로 획기적 성장 노력이며 우리에게 예비된 축복이라고 했다”며 “정부에서 먼저 결의안의 제재 면제 조항을 들어서 (개성공단 문제를) 전체적으로 전달해달라고 강력히 말씀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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