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사태로 인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군부가 24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나오는 등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정국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미국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의 폐쇄 조치에 나서는 등 베네수엘라 사태는 국제 문제로도 비화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야당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과도 정부 대통령으로 지지한 것에 반발, 미국 내 베네수엘라 대사관과 영사관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과의 단교 방침을 밝히고 미국 외교관들에게 72 시간 내에 출국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하는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즈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마두로 대통령은 멕시코와 우루과이의 중재안을 수용, 야당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마두로 대통령 퇴진과 재선거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는 야당과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지 언론들은 전날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벌어진 야당과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와 소요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16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고 로이터 통신등 외신들이 전했다. 민간 인권단체 들은 경찰의 총격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군경의 진압도 계속되고 있다고 긴박한 소식을 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은 이날 현역 장성들을 배석시킨 채 기자회견을 갖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민주주의와 헌법, 마두로 대통령에 반하는 쿠데타를 시도했다”면서 “마두로 대통령이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 시위에 모인 대규모 인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베네수엘라 야당과 반정부 세력을 이끌고 있는 과이도 의장은 전날 마두로 대통령과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국회의장인 자신이 과도 정부를 이끄는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전국적 시위를 주도하면서 군부에 대해서도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동참하라고 호소해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통해 “오늘, 나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과도 정부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경제적·외교적으로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들도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과도정부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미주 14개국이 참여하는 리마 그룹은 과이도 의장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결의문에 서명했고, 유럽 이사회와 의회는 과이도 의장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베네수엘라 국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멕시코와 러시아, 쿠바는 마두로를 재차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치러진 대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 지난 1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남미 우파 정부들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야당 후보 출마를 봉쇄하고 유권자 표를 매수하는 등 광범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퇴진을 요구해왔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이 사망한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반미 노선과 좌파 포퓰리즘을 승계했으나 미국의 제재와 유가 급락, 정책 실패로 인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 파탄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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