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지방자치단체 및 버스운송업체를 상대로 한 항소심이 사실상 기각되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이동권소송연대는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연대한 이동권소송연대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25일 이동권소송연대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항소심 판결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9.01.25. hakjun@newspim.com |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영철 새벽지기 장애인자립센터 소장은 “2심 판결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정말 실망스럽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며 “국가나 지자체나 회사나 결국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 소장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며 “국가와 지자체와 버스 회사들은 자기네 실리만 생각하고 중요한 이동권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 휠체어를 탔다는 게 전혀 낯설지 않게끔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끝까지 투쟁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양선영 한울림장애인자립센터 대표는 “후진국에서도 저상버스가 만들어지고 있는 걸 매스컴에서 봤다”며 “조금만 당사자들의 마음을 배려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걸 계속 무시하는 것은 갑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김태형 변호사는 “차별이 있음이 명백하고, 법령에 저상버스 정책을 도입하도록 돼 있음에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추후 장애단체와 협의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고등법원 민사30부(배준현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퇴병변 지체장애인 김 씨 등 5명이 서울특별시 및 버스운송업체를 상대로 한 차별구제 소송 선고 기일에서 “1심과 논리적 구조는 달라졌지만 전반적인 청구 인용 여부는 대동소이하다”며 항소를 사실상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되므로 휠체어 승강설비 제공 및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저상버스 도입 청구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4년 김 씨 등 이동권소송연대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에게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시외로 이동할 권리가 있다며 국토교통부 및 버스운송업체 등을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에 교통약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도입돼 있지 않은 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 씨 등 은 2015년 7월 항소해 3년여 동안 10여 차례가 넘는 변론기일을 가졌고, 2016년 11월에는 항소심 재판부가 직접 저상버스 운행과 휠체어 리프트 이용을 지켜보며 검증에 나서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휠체어 리프트 설치를 제외한 청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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