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투자자들이 고수익률에 강한 갈증을 드러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조절을 시사한 데 따라 이른바 ‘리스크-온’이 채권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11년 전 미국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합성증권과 아프리카 최빈국의 채권으로 뭉칫돈이 유입, 위험자산에 대한 베팅이 후끈 달아올랐다.
28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잠비아의 달러화 표시 채권이 연초 이후 10%를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이에 따라 75개 신흥국 채권 가운데 선두를 차지했다.
잠비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차관 협상에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 썰물을 이뤘던 유동성이 급반전을 이뤘다.
2024년 만기 잠비아 달러채의 수익률은 올들어 260bp(1bp=0.01%포인트) 급락하며 13.37%에 거래되고 있다.
가나 채권시장에도 해외 자금이 홍수를 이루는 모습이다. 최근 91일 만기 채권 발행에 고수익률을 제공하자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
SAS의 엘리 켈레돔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가나는 통화 가치 방어와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해 채권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위 플러스 알파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국 혼란 속에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채권 역시 대규모 자금이 유입, 강한 상승 탄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건설업체들이 10% 안팎의 고수익률을 내세우며 발행한 달러화 표시 채권에도 뭉칫돈이 유입,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를 반영했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SPDR 하이일드 본드 상장지수펀드(ETF)가 연초 이후 4%에 이르는 수익률을 창출, 같은 기간 1% 손실을 낸 아이셰어 장기물 국채 ETF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12월 자금 썰물을 연출했던 정크본드 시장에 투자자들이 ‘유턴’했다는 해석이다.
미국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됐던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시장도 외형을 크게 확대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LO 시장 규모는 6000억달러를 웃돌며 2007년 이후 두 배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투자 열기가 뜨겁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감속할 여지가 높지만 경기 한파와 신용시장의 위축을 감안할 때 위험자산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으로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요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지니 마니슈츠 파트너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실물경기가 꺼지고 있어 채권 발행국과 기업들이 커다란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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