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명절 출장'을 통해 상반기 핵심 화두 사업을 '반도체'로 잡았다. 이 부회장은 종종 설이나 추석 명절에 해외 출장길에 올라 해당 시기 중요한 현안을 살피곤 했다. 올해 설에는 중국 현지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택했다.
[수원=뉴스핌] 총리실 제공 =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9.01.10 |
8일 삼성전자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설 명절 기간동안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 반도체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살펴 봤다. 아울러 명절기간에도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시안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기지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은 2014년 문을 열었다. 주력은 낸드플래시로 현재 생산라인 증축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 부회장은 이 증설 작업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출장을 간 것이다.
올해 세계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이끌었던 글로벌 ICT 기업들이 서버 확장 속도를 늦추면서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됐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시설, 그것도 한창 증축 중인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소강 국면을 공격적인 투자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연초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반도체 시황을 걱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에 "곧 진짜 실력이 나올 때"라고 답변한 이 부회장의 자신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중요한 이슈가 있거나 사업 전략 구상이 필요할 때 명절 연휴를 통해 관련된 출장을 다녀오곤 했다"며 "이번에는 반도체, 특히 주변의 걱정이 많은 메모리반도체 해외 공장을 둘러보며 해당 사업에 대한 중요도와 적극적 투자 의지 등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명절 출장'을 통해 당시 화두가 되는 사업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설 명절에는 미국 이동통신사들과 만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상황을 보면 성장세를 이어오던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부문에서 시장 포화에 따른 정체 우려가 조금씩 커지던 시기였다. 이에 미국 이통사들을 만나 관련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챙기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2016년 설 명절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함과 동시에 미래 전략 구상을 위해 손꼽히는 혁신 경영인과의 자리를 가진 것으로 해석됐다.
같은 해 추석 명절에는 인도 출장길에 올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접견하기 위해서다. 인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주요 생산거점이다. 아울러 많은 인구에 비해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소비시장이기도 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인도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당시 모디 총리 접견 역시 이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다만 2017년과 2018년에는 국내외 상황들과 맞물리면서 이 부회장은 '명절 출장 경영'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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