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강원)=뉴스핌] 전민준 기자=‘패밀리카’로 소문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을 타다보면 꼭 하나씩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공간은 큰데 흔들림이 심하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공간이 생각보다 좁다던가. 물론 모든 걸 만족시킬 수 있는 차는 찾기 힘들다지만 패밀리카로는 뭐니 뭐니 해도 실용성이 기본적으로 뒷받침 돼야 하는 건 사실이다.
재규어의 첫 번째 준중형 SUV E-PACE, 실용성 측면에서는 누가 뭐래도 정말 최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했다.
이번 E-PACE 시승은 경기도 성남시에서 출발해 강원도 평창군까지 왕복 360㎞ 구간 1박 2일로 진행했다. 패밀리카로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가족과 함께 했다. 오프로드나 구불길은 숙소에 임박해서 있었고, 대부분 고속주행 도로로 진행했다.
E-PACE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콘솔(좌우 시트 사이에 설치된 상자)에 약 8.4리터의 적재공간을 마련하고 10.6리터의 앞좌석 및 뒷좌석 도어 함 등을 통해 실용적인 수납공간을 확보한 점부터 눈에 들어온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뒷좌석에 앉자마자 호평부터 나왔다. 기자의 키는 173㎝. 앞좌석을 기자의 신장에 맞게 설정하고, 뒷좌석에 앉았는데, 매우 넓게 느껴졌다.
마음 놓고 다리를 뻗을 수 있다. E-PACE는 휠베이스(축간거리) 2681㎜를 확보했다. 동시에 레그 룸은 경쟁모델보다 10㎝ 이상 넓은 90cm로 구성해 성인이 뒷좌석에 앉아도 편안했다.
기자는 유아용 카시트 2개를 싣고 다녔는데, 아이가 생떼를 부리면서 아무리 발을 동동거려도 앞좌석에 발이 닫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여유 공간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렁크 용량은 약 484리터로 2열 좌석을 접었을 때는 최대 1141리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 간단한 짐과 유모차, 여행용 가방을 싣고 내리기에 충분한 용량이다.
E-PACE.[사진=전민준 기자] |
연비 성능도 빵빵하다. 20인치 휠과 컨티넨탈사의 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한 이 차의 복합연비는 13㎞/L다. 고속도로에서 거침없이 밟았는데도, 이 정도는 경쟁모델보다 1km/L 이상 높은 것이다.
주행 감성과 고속에서 승차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E-PACE는 철저히 운전자 중심의 퍼포먼스를 지향한 차라는 생각이다.
우선 의자에 엉덩이를 올리고 운전대에 두 손을 올린 채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시원한 배기음이 울려 퍼진다.
머플러를 통해 들려오는 배기음, 그리고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 더 해진 엔진 사운드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이 차는 최고 출력 249마력, 최대 토크 37.2의 성능을 지녔다.
초반 가속이 아닌 중 가속에서 강점을 보였고, 코너링도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주행성능이 일품이다.
특히 7.0초라는 제로백은 국내에 팔리는 준중형SUV 중에선 E-PACE가 유일하다. 그러나 차체의 흔들림은 어쩔 수 없다. 차체가 크고 전고가 높기 때문에 요철을 지날 때마다 크게 흔들린다. 서스펜션을 물렁하게 설정한 탓도 있다. 이는 주행성능에 중점을 둔 결과다.
E-PACE.[사진=전민준 기자] |
또, 초반 가속 때 부치는 힘이 차체에 그대로 전달돼 속도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게 동승자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기자의 아내는 목적지에 도착한 뒤 “멀미 난다”고 말했다. 운전자는 이 성능과 움직임이 즐겁고 재미있을 뿐이다.
E-PACE는 분명 장단점이 있는 차다. 5000만원 후반에서 시작해 수입차 치고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도 아니다. 다만, 스포츠카 브랜드가 만든 SUV이니 만큼 철저히 운전자 위주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수입차라는 프리미엄과 실용성을 갖춘 패밀리 준중형SUV를 찾는 이에게 분명 추천해 줄만한 차라는 게 결론이다.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