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편의점 업체들이 지난해 대규모 상생지원금으로 인해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당성향을 늘렸다. 사업적 위기에도 주주환원을 통해 불안감을 잠식시키는 동시에 지주사 체제를 강화하는 효과도 누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3%로 전년대비 1%포인트 줄었지만 배당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 주주 불안감 완화, 스튜어드십 코드 선제적 대응
BGF리테일의 2018년 주당 결산배당금은 2680원으로, 전년(1000원) 대비 두 배로 늘었다. 배당금 총액이 463억원으로 늘면서 시가배당률(보통주 1주당 배당금이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0.5%에 두 배를 넘어선 1.3%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BGF리테일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총 배당금 비율)은 30%로 고배당 기조로 돌아섰다. 분할 전 BGF리테일 배당성향은 평균 20% 수준이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마찬가지다. GS리테일은 주력사업인 편의점 사업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8.3% 늘어난 주당 6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이 50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시가배당률도 1.6%로 뛰어올랐다. GS리테일의 배당성향은 무려 41.5%에 달한다. 유통업종 평균 배당성향이 16.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사진=BGF] |
작년에는 업황 악화에 따른 성장률 둔화로 배당금 총액을 절반으로 줄였던 것과 비교하면 고배당 정책이 더욱 도드라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주친화 정책에 나선 것은 업황 불안에 대한 심리적 악화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편의점들은 이번 배당정책에 대해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성장 둔화기에 들어서 만큼,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들의 불안감을 완화하고 기업가치 향상을 꾀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해서 배당을 계속 줄인다면 시장에 불안한 시그널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 지주사 규제강화 발맞추며 세제혜택 '덤' 챙겨
여기에 정부의 지주사 규제 강화 정책도 사업회사 배당 확대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정위는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계열사 지분율을 높게 유지하는 지주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지분율이 20~40%구간에서는 자회사 배당금의 80%, 지분율 40% 초과시에는 100%를 익금불산입한다.
익금불산입은 타법인으로부터 들어온 배당금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아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공정위와 기재부는 지주사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해당 인센티브 기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지분율 20~30%구간에서는 자회사 배당금의 80%, 30~40%구간에서는 90%를 익금불산입하기로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BGF는 개정안에 따른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주사인 BGF는 지난해 11월 홍석조 BGF그룹 회장이 보유한 BGF리테일 지분 4.44%를 사들였다. 이번 거래로 BGF는 25.56%였던 BGF리테일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BGF가 BGF리테일의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가 되면서 BGF리테일로부터 취득한 배당금의 90%에 대해 익금불산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BGF리테일의 배당성향을 대폭 늘릴 수 있었던 숨은 배경이다. 공정위의 기조에 발맞추면서 배당금에 대한 세제 혜택도 덤이다.
최근 국민연금발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가 이슈가 되면서 선제적 대응 차원도 일정부분 작용했다. 국민연금은 BGF리테일의 지분 5.01%(2018년 8월 기준)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등재돼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공시를 통해 배당성향을 30%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배당금 확대 결정은 주주들의 예측가능성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사진=GS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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