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경제

[세종청사에서] 승선근무예비역의 절규…"해기사의 꿈 막지 말아달라"

기사등록 : 2019-02-13 17:56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해양대·해사고 학생 150여명 세종청사서 집회
"정부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해달라"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국가가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꿈꾸며 노력하는 학생들을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저의 꿈, 그리고 우리 모두의 꿈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체감온도 영하의 매서운 추위 속에 ‘오와 열’을 맞춘 해양대·해사고 학생 150여명이 정부세종청사를 향해 외친 절규다. 외투는 걸치지 않은 채, 제복 한 벌에만 몸을 맞긴 10·20대 학생들의 두 손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지지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놓여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재학생인 강○○학생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앞으로 남은 1년의 실습공부를 통해 유능한 해기사를 꿈꾸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후배들 역시 그 꿈에 동반자로 함께 생활하기 희망했다.

하지만 정부가 그 꿈을 외면하고 있다는 학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병역 특례 중 하나인 ‘승선근무예비역제도’ 폐지 여부 때문이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현역 입영 대상자로 해양계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마친 항해사·기관사 면허 소지자가 군 복무를 대신해 선박 근무를 하는 제도다. 5년 내 3년간 승선 근무를 할 경우 군복무가 인정된다.

해당 제도는 국가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2007년 병역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병역 감소와 복무기간 단축이 거론되는 등 폐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한 해양대학교 학생이 단상에 올라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이 와 관련해 해양대·해사고 학생들은 승선근무예비역이 단순한 군 복무 대체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목포해양대학교 해사대학생회장 홍승효 학생은 “전시 상황 등 국가비상시에 국민경제에 긴요한 물자 및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제도”라며 “이는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고 결코 다른 인력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학생들은 승선근무예비역이 전시, 사변, 비상시 육·해·공군 정예 정규군도 임무를 대신할 수 없는 국가필수요원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폐지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등과 동급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육·해·공 최정예 현역을 선발, 중동에서부터 30만톤 대형선박을 한국으로 안전하게 운행시킬 수 있다면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폐지돼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육·해·공 어느 곳도 군수물자 수송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단상에 선 한 학생은 “정부는 군 복무 단축으로 사병들이 축소되자, 승선근무예비역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한다. 이러한 계획은 평시에 국가경제를, 전시엔 국가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제를 주도 하는 것은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수, 출입이다. 국제 화물 수송량의 99.7%를 책임지는 해운업계의 원활한 고급 인력 수급에 근간이 되는 필수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동안 정부가 지원한 해양관련 전문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마비 우려도 표출하고 있다. 해기사는 직급마다 특정 요건을 충족시키는 등급의 해기사 면장이 필요하고, 특정한 훈련과정을 이수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인력군이다.

다른 해기대생은 이와 관련해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국가는 많은 예산을 투자했고 그 투자의 결과로 현재의 풍부한 해기사 인력 자원을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사항은 그 동안의 투자와 노력을 모두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며 “폐지는 미래의 해기인력 감소를 야기하고 해기 인력 자원층이 무너질 수 있다”고 외쳤다.

13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해양대·해사고 학생이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우려는 해양계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운업계에서도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선박관리포럼에서도 국내외 선주들의 의견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 “오히려 더 확대돼야한다”는 외침이 지배적이었다. 수출입 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 수출경제에 승선근무예비역은 필수요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양계 학생들은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폐지되고 점점 축소된다면 많은 학생들이 제 꿈을 다 펼치지 못한 채, 국가를 위해 또 다른 의무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여러 기관 뿐 아니라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심지어 해운업계까지 인력부족과 같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열심히 공부해 능력을 키운 저희 해운인력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국가필수요원”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함께 겪고 있으면서 제가 학생들을 대변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문장이다. 승선근무예비역이라는 제도는 유지, 확대돼야한다. 해운업계와 해양계 학교의 위기감을 키우지 말고 미래와 꿈을 이룰 수 있게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선원 수급을 위해 1200여명의 신규 해기사를 양성하는 등 오는 2023년까지 외항상선 한국인 항해사·기관사(해기사) 1만명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judi@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