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런 비핵화 약속도 받지 않은 채 북한에 경제적 ‘당근’을 제시하는 것이 미국의 대북 압박 전략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조시 로긴 WP 칼럼니스트는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이 이번 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한국도 이에 동참하도록 설득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청와대] |
크루즈 의원은 로긴 칼럼니스트에게 “한미 동맹은 미국 국가 안보의 핵심이며, 문 대통령이 성급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에 대한 제재 완화에 나설 경우 발생할 불필요한 긴장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두 의원은 폼페이오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개성공단 재개 추진, 연내 남북 철도 및 도로 착공식 개최 추진, 유럽에 대북 제재 철회 압박 등 문 대통령 정권이 최근 추진 중인 조치들을 지적했다.
이들은 유엔 결의안과 미국 법에 따라 대북 제재가 이행되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이러한 법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보장할 수 없으며,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협상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넨데즈 의원은 “베트남에서의 2차 북미 회담이 다가오고 있고, 북한 비핵화 트랙과 남북 트랙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 이 시점에, 대북 압박을 어떻게 지속할지에 대한 입장을 반드시 면밀히 조율하고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최근 미 국무부가 스티븐 비건 대북특사 필두로 실무 그룹을 보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국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미국이 문 대통령 입장에 끌려가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됐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최근 스탠포드대학 연설에서 비건 대표가 “비핵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거듭 강조했지만, 미 의회 내에서는 한국이 남북경제관계 정상화를 밀어붙일 경우 미국의 대북 압박이 무력해지며 북한의 비핵화 추진 이유도 사라질 것이란 점을 걱정하고 있다.
원래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1년 안에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이제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무기한 비핵화 과정”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전쟁보다는 지금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로긴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이러한 타협안을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대북 합의안을 들고 왔을 때 미 의회는 분명 이를 용납하지 않고 반발할 것이란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