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 대표 차종에 탑재한 세타2 엔진에 대한 정부 리콜과 시민단체의 결함 은폐 의혹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가 약 2년 만에 본격화 되면서, 현대·기아차가 검찰의 ‘민생수사 1호’ 불명예에 오르게 됐다.
세타2 엔진이 적용된 자동차는 2015년과 2017년 미국에서 170만대 리콜 중이다. 미국 검찰은 지난해 말에는 리콜 이행 여부까지 수사에 나서는 등 리콜과 수사 강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반면, 그동안 국내에서는 미국 리콜 뒤에도 리콜하지 않아 ‘늦장 리콜’ 지적이 불거져 미국 소비자와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국민적 비판이 쏟아져왔다.
20일 검찰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날 압수수색은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현대·기아차의 리콜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 확보 차원이다.
지난 2017년 4월 시민단체 YMCA 자동차 안전센터는 정몽구 회장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YMCA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에서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의 주행 중 소음, 진동, 시동꺼짐, 화재 등 현상은 국토부가 세타2 엔진 리콜 시행에 따른 중대 결함이다.
세타2 엔진은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는 물론 기아차 K5, K7 등 현대차그룹 대표 차종에 적용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 뉴스핌DB] |
YMCA 측은 “현대·기아차는 2010년부터 고객 민원, 언론보도를 통해 해당 차량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구조적 결함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결함 여부에 대한 조사와 조치가 충분히 가능한 8년간 아무런 대책 없이 결함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했고,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갑자기 리콜 계획을 제출한 것”이라며 고발했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YF 쏘나타 47만대를 리콜했다. 당시 국내 쏘나타 차량도 같은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일각에서 불량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현대차는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2017년 4월이 돼서야 국내 리콜에 들어갔다. 또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80에도 세타2 엔진 리콜 사유로 알려진 부품 소착 현상으로 인해 국토부가 G80을 추가 리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서 세타2 엔진 추가 리콜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전일 대검청사에서 열린 월례간부회의에서 “그간 불가피하게 지연됐던 서민생활침해 범죄에 대한 수사 등 검찰 본연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 달라”며 민생수사에 대해 강조했다.
그동안 검찰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 정권 수사에 민생수사가 소흘했다는 지적에 따른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총장 발언 뒤 하루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인 만큼, 또 고가의 내구 소비재라는 자동차 특성상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불가피해보인다.
문 총장은 “검찰의 업무처리가 국민의 근심을 덜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신년사에도 “새해에는 국민의 근심을 덜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수사에 보다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에서도 해외와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등 이유로 현대·기아차를 질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을)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 받은 국내 세타2 엔진 리콜 매뉴얼 자료는 1장 분량으로, 엔진 점검 과정이 내용이 골자다.
반면 현대차가 미국 리콜을 위해 2015년 만든 ‘현대 쏘나타 GDI 엔진 결함 리콜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문서는 10장 분량이며 상세한 리콜 절차가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740만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올해는 20만대를 늘린 760만대로 판매 목표를 세웠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