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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김정은, ‘단일지도체제-경제 부흥’ 모델 본다

기사등록 : 2019-02-2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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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재의 단일 지도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부흥에 성공한 베트남 모델을 유심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 2045년 선진국 대열에 입성한다는 대담한 비전을 가진 베트남을 김 위원장이 둘러볼 것이라는 사실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 담판’ 만큼 북한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BC는 20일(현지시간) 세간의 관심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 협상에 집중되겠지만 김 위원장이 회담 개최국인 베트남 경제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베트남에서 본 것을 좋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처럼 공산당을 유일한 당으로 하는 베트남은 1986년부터 경제를 개방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세계은행(WB)은 올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9일 중국을 방문, 1호열차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베트남의 성공담, 북한에 본보기

베트남 공산당이 절대적 권력을 유지하면서 이 같은 성과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반대파를 허용하지 않으며 군대와 경찰에 대한 절대적이고 직접적인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반대 의견에 대한 가차 없는 탄압을 지속해 왔다.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에 따르면 베트남은 북한과 함께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BBC는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커다란 행사를 주최한다는 사실이 베트남이 1975년 베트남전 이후 먼 길을 걸어왔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하면서 경제 성장과 세계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사실, 사회 통제의 유지와 같은 베트남의 특성이 김 위원장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베트남 총리 자문인 르 당 도안은 BBC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베트남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민간 부문 발전과 외국 투자 유치, 깊은 국제적 통합에 대한 베트남의 경험이 북한을 도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도안은 2차례 북한 측 대표단을 만났다.

BBC는 베트남의 성공담이 오랫동안 고립된 북한에 본보기가 돼 왔지만,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이 이 같은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은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러나 BBC는 김정은 위원장이 변화에 더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여줘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은 북한이 성공적으로 핵 능력을 갖추게 돼 인민의 생활 수준 개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국기와 오토바이 행렬 [사진=블룸버그통신]

◆ 개혁 초기 베트남과 닮은 꼴…실용적 점진주의의 교훈

현재 북한이 처한 여건은 베트남의 개혁 초기와 비슷하다. 베트남은 지난 1978년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대량 학살을 한 급진 공산주의 혁명 단체 크레르 루즈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11년간 캄보디아에 주둔하면서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베트남에 대한 원조를 거부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또한 현재 김 위원장이 통치하고 있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고립된 베트남은 집산화된 농업부터 풀뿌리 개혁을 통해 변화를 시작했다.

도안은 “개혁 이전에 베트남은 한 해 100만 톤의 쌀을 수입했지만 우리는 이제 쌀과 농업의 중요한 수출국이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로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법을 만들고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국영 기업들을 민영화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4년 베트남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했으며 1년 후 베트남은 아세안에 가입했다. 2007년 베트남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됐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부 민 꾸옹 교수는 북한이 이 같은 실용적 점진주의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BBC와 인터뷰에서 꾸옹 교수는 북한이 우선 인프라와 제도를 개혁하고 대담한 비전을 세움으로써 베트남의 뒤를 따를 수 있다고 봤다. 베트남은 2045년 선진국이 되겠다는 대담한 포부를 품고 있다.

꾸옹 교수는 “이 비전은 다가오는 몇 년간 빠른 속도로 나라를 발전시킬 강력한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단기적 성과는 제한적…일단 미국과 비핵화 합의 필요”

다만 BBC는 북한이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우선 미국 정부와 북한이 비핵화의 의미에 동의하고 이를 시작하지 않는 한 제재 해제는 없을 것이며 이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또 김 위원장은 경제 개방이 시장에 대한 굴복이 아닌 장기 정책의 성공을 위한 것임을 북한 지도부에 성공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 점에서 베트남의 선례는 북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면서 베트남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했는데 호찌민 사상은 마르크스주의, 레닌주의와 함께 베트남의 지배적인 사상이 됐다. 베트남에서는 복수당 제도에 대한 논의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지만, 베트남 인민들은 경제와 종교, 사회생활에서 북한보다 큰 자유를 누린다. 특히 주변국으로의 해외여행은 일반화되고 있다.

BBC는 베트남에서의 정치적 제재와 사회적 완화라는 조합이 언제 북한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다만 여전히 김 위원장이 경제적 자유화를 제한하면서도 경제를 개혁하는 모델을 따르기 원하기 때문에 베트남이 규모 면에서 중국보다 더 중요한 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안은 “베트남은 한 경제에만 의존하는 것을 피하고 금융업에서 현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지 배웠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개혁 과정에서 베트남이 경험한 일부 실패를 참고할 수도 있다. 도안은 “베트남이 천연자원 관리와 부패와의 싸움에 대해서 잘하지 못한 점은 북한에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안은 북한 관료들이 베트남 지도부에서 개혁과 관련해 내부 갈등이 있었는지와 베트남이 이를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관해 물었다고 전했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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