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출혈경쟁 지적을 받아왔던 은행권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전이 변곡점을 맞았다. 올해부터 지역 재투자 실적이 미비한 은행들은 금고은행 및 공탁금보관 은행 입찰자격이 제한된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4년간 광역자치단체에 출연한 돈은 4000억원 규모다.
21일 뉴스핌이 입수한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지역투자 평가제도' 초안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지역금고 선정 기준에 '지역재투자' 평가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우선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전문가, 지역대표로 민관 합동 '지역재투자 평가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을 중심으로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이병윤 금융연구원 박사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추천한 경제·금융전문가 각 1명, 지자체가 추천한 지역주민 3인 이상이 평가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금융사들이 13개 지방지역 시도 내 서민금융 및 중소기업대출 확대, 점포 수·자동화기기 등 금융인프라 투자를 얼마나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관 점수에 따라 5등급(최우수·우수·양호·다소미흡·미흡)으로 구분할 방침이다.
13개 지방지역 시도는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대구·광주·대전·울산 광역시와 강원도·충청북도·충청남도·전라북도·전라남도·경상북도·경상남도·제주도다.
평가결과는 은행의 금고은행 및 공탁금보관은행 선정에 중요 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금고은행의 경우 행자부, 지자체 등과 협의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지역재투자 평가등급이 '양호' 수준 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입찰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또 금고은행 선정 기준 중 '지역사회 기여 및 시도와의 협력사업' 여부를 평가할 때 중요 평가요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한 시중은행의 대구광역시에 대한 지역별 평가결과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오면 해당 은행은 대구광역시 금고은행 입찰자격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공탁금보관은행 선정 기준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 적용된다. 법원행정처 등과 협의를 통해 지방법원·지원공탁금 보관은행 선정기준에 지역재투자 평가결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금고은행 선정 기준 중 '지역사회 기여도'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지역재투자 결과를 활용한다.
당국이 지역재투자 실적을 금고은행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은행의 지자체 금고 유치전이 지나친 출연금 경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은행의 적극적인 조치를 끌어내면서도 출연금이 금고은행 선정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던 부작용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출연금은 사실상 은행 고객들 돈이다. 금융당국은 출연금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며 시금고 운영으로 얻는 수익보다 지출이 더 커져 결국 은행 고객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금고 유치를 위한 은행의 과당경쟁으로 건전성이 우려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고은행 선정의 경우 최근 출연금 경쟁이 심화되며 일부 지역에서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잡음이 컸다"며 "이번 개편을 통해 지역재투자 결과가 중요 기준이 되면 은행들의 경쟁도 생산적이고 건전하게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계약 만기를 앞둔 대형 지역자치단체 금고는 총 50곳에 달한다. 특히 △대구시 △울산시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이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들 자치단체 한 해 예산은 평균 8조원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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