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현대그룹 등 재계 주요 대기업들도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담 결과에 때라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경우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계는 아직 본격적인 대북 경제협력 사업이 재개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도 보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남북경제협력 선도기업인 현대그룹이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은 특히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곧바로 금상산 관광에 착수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한 단계 진전돼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이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며 "담담한 마음으로 이에 대비한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도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대북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중이다. 한화가 북한에 주목하는 분야는 산업용 화약 원료공급 및 제조사업이다. 한화는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펼쳐질 북한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및 자원개발 사업 등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5대그룹 [사진=뉴스핌DB] |
한화측은 북한 개발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북한 화약 시장은 과거 한국 산업 인프라 구축 시기와 비슷한 연간 12~1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10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현재 수요량과 비슷한 화약 7만6000t, 뇌관 2700만발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이미 여러 대북경협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관련 사업 기술력과 노하우도 풍부하다"며 "1997년~2003년 함경남도 신포시 경수로 공사, 2003~2004년 경의선·동해선 철도 공사, 2003년~2009년 개성공단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재가 주력인 롯데그룹도 지난해 6월 북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을 아우르는 북방 지역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북한에 대한 롯데의 관심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롯데는 1995년 그룹 내에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1997년 북한의 '조선봉화사'와 함께 초코파이 투자를 추진했다. 1998년에는 정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을 받고 평양 인근에 초코파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당시 정치·경제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결국 해당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개성공단에 초코파이, 칠성사이다 등의 제품들을 공급하기도 했다.
KT도 지난해 5월 '남북협력사업개발 TF'를 신설하고 남북 경제협력과 정보통신기술(ICT) 교류에 대비하고 있다. KT는 지난 2005년 KT 개성지사를 열며 남북 간 민간 통신망 700회선을 연결했고 10년간 개성공단에 직원들이 상주한 경험이 있다.
KT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재개되는 즉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개성공단에는 남북간 광케이블 등 통신 인프라와 함께 북한 당국으로부터 50년간 임차한 1만㎡ 규모의 부지도 있어 언제라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북제재 해제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대북사업이 되기만 한다면 국내 기업들한테는 분명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북미회담에서 당장 어떤 성과가 나오는 것을 기대한다기 보다 기업들 입장에서 멀리 보고 북한 투자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