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의 집값 희비가 명확히 엇갈리고 있다.
경남 거제시 집값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3년이 넘는 40개월간 하락했다. 이 기간 하락폭은 30.2%에 달한다. 반대로 같은 기간 전남 여수시 집값은 40개월 연속, 10.9% 올랐다.
경남, 울산, 부산지역은 조선업 침체와 입주 폭탄이 겹쳐 매수심리가 실종됐다. 전남, 광주지역은 석유화학산업이 선방하고 있는 가운데 새 아파트도 적어 매수심리가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에서 불 붙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것도 한 몫 했다.
5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남과 울산지역은 조선업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서 지난 2017년 4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감정원이 아파트와 연립주택, 단독주택을 비롯한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고 있는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3개월 연속 하락세다. 울산의 하락폭은 더 크다. 이 기간 울산의 집값은 8.7%, 경남은 6.9% 각각 집값이 하락했다.
지난 2015년 분양한 거제시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스핌DB] |
경남은 조선업 불황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가 집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거제시 집값 하락은 2015년 11월부터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때부터 지금까지 40개월간 30.2% 집값이 떨어졌다. 2015년 거제시는 각종 개발 붐으로 집값이 절정에 달하던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집값이 떨어지기 전인 2015년 10월 거제의 매매가격지수는 114.3. 경남지역에서 가장 높았던 지역이다. 당시 서울 매매가격지수가 94.3으로 떨어진 집값을 회복하던 시점이었다.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11월을 기준(100)으로 집값 변화값을 측정한 지표다.
울산의 집값은 조선소가 몰려 있는 동구보다 북구의 하락폭이 더 컸다. 북구의 집값 하락은 울산 전체 집값이 떨어지기 전인 2016년 12월부터 27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달까지 16.4% 하락했다. 지난 2월 기준 울산에서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북구(86.9)다. 북구에서 진행중인 매곡·중산·송정지구 공공택지 개발 사업은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으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오히려 동구의 집값이 하락한 시점은 울산 전체 집값이 내리고 6개월이 지난 2017년 10월부터다. 이 때부터 17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달까지 12.7% 하락했다.
부산의 집값 하락세는 울산, 경남에 비해 늦게 시작됐다. 지난해 1월부터 14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 기간 부산의 집값은 1.7% 하락했다. 부산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서울 못지않은 호황을 누리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규제를 가하면서 하락세가 시작됐다. 해운대구 집값은 이보다 더 빠른 2017년 9월부터 18개월 연속 하락해 4% 정도 빠졌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기준 부산에서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96)이다.
올해 부산, 경남, 울산 세 지역의 입주 예정 아파트는 작년보다 더 늘어 부동산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산 2만5700가구, 경남 3만7845가구, 울산 1만1018가구가 올해 입주 예정으로 작년 보다 각각 6.9%, 8.1%, 16.6% 늘어난다.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이들 지역의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부산, 광주, 울산, 전남, 경남지역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흐름 [자료=감정원] |
반대로 광주, 전남의 경우 정권 교체 후 연이은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꾸준히 올랐다. 전남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46개월간 한 번도 집값이 내리지 않았다. 이 기간 집값은 7.4% 올랐다. 전남 집값은 여수시가 주도하고 있다. 여수시 집값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40개월간 꾸준히 올랐다. 지난달까지 10.9% 오른 수치다. 거제시가 집값이 하락한 시점과 동일하다.
전남지역이 집값 강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경남지역이 조선업 침체로 불황에 빠진 사이 석유화학산업이 건제함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지방 다른 도시보다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남 전체 입주 예정 아파트는 7555가구로 작년 보다 36.8% 줄어든다.
광주 집값도 지난 2016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26개월 연속 올랐다. 이기간 집값은 5.7% 올랐다. 광주 집값은 광산구가 주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광산구 집값은 8.7% 올랐다. 광산구는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수완동을 중심으로 집값이 올랐다. 광주의 집값 상승 이유는 광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재개발·재건축 열풍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주 수요와 투자자들의 발길도 이어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 남구 '반도유보라' 견본주택 모습 [사진=반도건설] |
광주시의 '2025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광주 주택 10채 중 8채는 노후 건축물로 분류된다. 광주 집값 상승세는 풍부한 재개발·재건축 사업 물량으로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시청에 따르면 광주시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재개발 34곳, 재건축 16곳 모두 50곳이다. 이중 준공된 사업장은 16%인 8곳에 불과하다. 분양 후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3곳을 포함해도 11곳으로 나머지 39곳 사업장 물량이 남아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준비중인 사업장 재개발에만 7곳이 있다.
광주시 수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남, 광주지역은 경남, 울산, 부산 지역이 겪고 있는 기반산업 침체와 공급과잉이란 두 가지 문제에서 비껴난 탓에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다만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투기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여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집값 거품이 꺼지면 전남, 광주지역도 집값이 급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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