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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여란의 스퀴지 추상회화… 우주, 바다, 또 하나의 광경

기사등록 : 2019-03-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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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아트프로젝트서 이달 8일~4월10일까지 전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내 그림은 하나의 광경이었으면 좋겠다."

캔버스 위 붓이 아닌 스퀴지가 지나간 자리는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하기도, 혹은 작가의 감정의 흔적이 묻어나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의 그림을 보며 '우주' 혹은 '바다'를 떠올리기도 한다.

30여년간 스퀴지 추상 회화를 선보인 제여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시선이 머무는 광경이면 좋겠다. 광경은 그 순간에 머물게 하지 않나. 제 그림도 궁극적인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제여란 작가 2019.03.08 89hklee@newspim.com

313아트프로젝트는 8일부터 4월10일까지 제여란의 개인전 'Usquam Nusquam'을 개최한다.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 'Usquam Nusquam'(어디든 어디도아닌)이 대작에서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전시된다.

제여란 작가는 붓이 아닌 스퀴지로 작업한다. 붓의 구조는 털이지만 스퀴지는 고무로 마감이 되어 있다. 그래서 캔버스와 대면할 때 붓보다 훨씬 딱딱하고 저항감이 있다.

제 작가는 "화면 내에서는 스퀴지가 부드럽다. 1m 스퀴지에서 1cm정도 잘라 쓸 수 있다. 둥근 고무 마킹이 된 스퀴지는 자연스럽게 둥글게 닳는다. 새 스퀴지는 날선 면 때문에 깊은 직선을 쓰기가 좋다. 도구 자체의 불편함에서 오는 독특한 표현력이 내재돼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스퀴지 작업과정을 설명하는 제여란 작가. 2019.03.08 89hklee@newspim.com

그가 스퀴지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는 대학교 3~4학년 쯤이다. 회화에서 평평한 면을 순간적으로 빠르게 콘트롤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의 확장된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작업에 시선에 두면서 현재와 같은 작품이 나오게 됐다.

판화작업의 영향도 있었다. 판화 작업을 오래 해온 그는 속도감 있게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이 갖는 평면성 회화의 조건에 대해 생각했고, 이러한 것들을 극대화하면서 '제연란식'의 추상회화가 만들어졌다.

제 작가는 "1996년부터 10여년 간 탐색기를 거쳤다. 2006년엔 10년의 결과물을 전시했다. 당시 검은색 위주 단색조 그림이었다. 그 후 '색' 사용에 대한 고민도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색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제여란 작가 2019.03.08 89hklee@newspim.com

제여란 작가의 작품에는 색의 앙상블이 두드러진다. 그는 "색을 잘 쓰는 건 작가로서의 장점이다. 레보나르 마티스가 색을 잘 썼고, 고흐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나도 한 '색'을 한다. 내 안에 색이 들어와서 자유자재로 하는 훈련을 했다"면서 "그림은 태양 아래서, 흰벽에서 자주 보지 않나. 그림 자체를 이야기할 때 색에 대한 제 이해는 빛의 무수한 굴절이다. 여기에 먼지가 작용하는게 많다. 그게 먼지인지 빛인지 각자의 의견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잘 조합이 될 때 회화가 성립된다"고 덧붙였다.

Je Yeoran, Usquam Nusquam, 2018, Oil on canvas, 162.2 x 130.3 cm(위), Je Yeoran, Usquam Nusquam, 2018, Oil on canvas, 117 x 91 cm [사진=313아트프로젝트]

작가는 그림 작업 과정을 '체력전'이라고 표현했다. 온몸을 써서 작품을 하기 때문이다. 100호 이상의 작품을 제작할 때는 캔버스 둘레를 돌면서 그리고 작품을 눕혔다가 벽에 세워 기울이기도 한다. 제 작가는 '몸'과 그림의 관계에 대해 "몸과 제 작품을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답을 내렸다.

제 작가는 "내가 추구하는 세계, 지나가는 세계가 다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 내가 관심가는 그 모든 것이 몸과 더불어 간다"면서 "언어의 영역도 탄력이 있듯 제 몸에도 다양한 기질이 있다. 저는 이 기질을 몇 cm 두께의 캔버스에 그림 하나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Je Yeoran, Usquam Nusquam, 2018, Oil on canvas, 200 x 200 cm - reserved

작가는 좋은 그림일수록 젠더적인 편향성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중국에서 전시를 가졌을 때 중국의 비평가가 자신의 이름을 보고 남자인줄 알았다고 한 일화와 작품에서도 남성적 매력이 드러난다고 본 중국 비평가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제 작가는 "중국 비평가의 글에 보니 '내몸 안에 남성이 있다'고 하더라. 중요한 이야기다. 좋은 그림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아주 적절하고 교묘하게 살짝살짝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제여란은 2018년 313아트프로젝트와 함께 아트 바젤 홍콩의 Insights에 참여해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미메시스 아트뮤지엄(2016), 대구 인당미술관(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오사카 국립 국제미술관, 싱가포르 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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