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국경 장벽 건설 예산으로 86억 달러(약 9조7800억 원)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11일) 2020년 예산안에서 의회에 불법 이민자와 마약 등과 싸우기 위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쓰일 자금 86억 달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는 의회가 지난 두 개 회계연도에 각각 배정한 자금의 6배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확보한 자금보다 6% 많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요청은 의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은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더라도 2020년 대통령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국경 안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프레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장벽을 건설하라”는 캠페인을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도전하며 “장벽을 완성하라”는 문구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장벽을 완성하라"라는 구호 아래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이것은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고 말할 근거를 준다”면서 “우리는 행동과 전략, 일을 완수하기 위한 요청과 관련한 방침을 제공했으며 의회가 우리가 일을 완성하는 것을 허가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산안은 오는 10월 1일까지 통과돼야 하며 이것이 의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미 연방정부는 다시 셧다운(부분 업무 일시 중지)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의회와 정부가 2011년 설정된 지출 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면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예산이 자동으로 삭감된다. 비슷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는 부채 한도 상향에도 동의해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디폴트(채무 불이행)의 위험에 직면해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22마일(1162㎞)의 장벽을 건설하거나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총 18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111마일(179㎞)의 장벽만이 지어졌거나 건설 중이며 2017회계연도에는 3억4100만 달러의 자금이 40마일(64㎞)의 장벽, 2018년에는 13억7500만 달러가 82마일(132㎞)의 장벽에 각각 배정됐다. 2019회계연도에 트럼프 대통령은 57억 달러의 장벽 건설 자금을 요청했으나 의회는 13억7500만 달러만을 해당 사업에 배정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억100만 달러의 재무부 자금과 25억 달러의 국방부 자금, 36억 달러의 군사 건설 예산 등 81억 달러를 장벽 건설 자금으로 확보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할 86억 달러의 장벽 건설 예산에는 국토안보부 예산 50억 달러와 국방부의 군사 건설 예산 36억 달러가 포함된다. 예산안은 추가로 국방부 건설 지출 예산을 상쇄하기 위한 36억 달러를 의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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