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G2(미국과 중국)의 무역 냉전이 전개된 사이 반도체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 투자가 급감했다.
추세가 지속될 경우 궁극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의 IT 부문 연구개발(R&D) 투자 양극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중국 위안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11일(현지시각)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미국 반도체 및 IT 하드웨어 투자가 지난해 2억34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10억3000만달러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시킬 관세 전면전과 IT 업계 진입 장벽이 초래한 결과로 풀이된다.
합병을 저울질하고 있던 미국과 중국 IT 기업들이 연이어 계획을 철회, 관련 업계의 투자 마비 증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홍콩 소재 자문사 BDA 파트너스의 매튜 도울 IT 디지털 부문 헤드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와 무관한 기업들도 M&A와 투자 계획을 접는 움직임”이라며 “투자 급감이 IT 부문을 필두로 산업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이 90일간의 무역 협상을 종료하고 합의점 마련에 나섰지만 로보틱스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른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계는 오히려 고조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무역 휴전이 당분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중국의 실리콘밸리 투자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더 나아가 중국 첨단 IT 산업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선전과 미국 실리콘밸리로 향후 투자가 양극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이 해외 자본의 국내 IT 투자 장벽을 높이는 데다 ZTE와 화웨이의 통신 장비 구매를 금지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치권 리스크가 날로 악화, 중국 기업들이 IT 투자 무게중심이 실리콘밸리에서 선전으로 본격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해외 IT 기술의 강제 이전에 제동을 걸겠다는 중국 정책자들의 발언 역시 현지 업체들의 미국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로디움 그룹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유럽 IT 투자 역시 전년 대비 40% 급감하며 173억유로(194억달러)에 그쳤다.
독일을 필두로 유럽 주요국이 이른바 차이나 머니의 진입을 차단하고 나선 결과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유럽 M&A 가운데 82%가 감독 당국의 브레이크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최첨단 IT 업체들이 중국과 손잡기 위해서는 해외 이전을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이 실리콘밸리와 선전의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higrace@newspim.com